(멈출 수 없는 성장)⑪삼성이 가면 `길이 된다`

by김상욱 기자
2008.11.14 11:45:05

매년 10조원 이상 투자..올해도 12조 집행
시스템LSI 성장 가속 `새로운 성장동력`
LCD 한발앞선 투자 `시장지배력 지속`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지난 1984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극심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었다. 인텔이 D램 사업에서 철수할 정도였고 삼성전자 역시 주력제품이던 64KD램에서 당시로선 엄청난 금액인 10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당연히 재계에서는 삼성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삼성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른 기업들과 달리 미래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결국 이를 극복해냈다. 삼성전자가 지난 92년 D램시장 선두로 올라선 이후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이같은 전략에서 비롯되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 삼성전자는 과감한 구조조정과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그로부터 10년후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LCD에 이어 세계TV 시장까지 접수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든 셈이다. 이처럼 `무모한 도박`이라는 시각을 `신화`로 만들어낸 삼성전자의 저력은 바로 `지속 성장`을 위한 `미래경영`에 있다는 평가다.



"회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시장 선도자(Market Leader)로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고 열어 가야 한다"

지난 5월 삼성전자(005930)의 새로운 선장으로 취임한 이윤우 부회장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삼성전자는 현재 세계시장의 흐름을 이끄는 위치에 서 있다. 과거처럼 앞선 해외업체들을 벤치마킹하던 방식으로는 지금의 위치를 유지해 나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창조경영`이라는 화두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와 LCD, TV 등 11개 제품에서 세계 1위를 기록중이다. 5년내에 1등 제품을 2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차세대 성장엔진인 바이오·헬스, 에너지·환경, 로봇 등에 대한 연구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삼성전자는 시설투자와 연구개발투자에 10조원 가량을 투자했고, 2006년에는 투자액을 15조원 이상으로 늘렸다. 올해에도 12조원 가량을 투자할 방침이다.

전체투자중 연구개발비는 지난 2003년 3조5300억원에서 2004년 4조7900억원, 2005년에는 5조4100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5조9400억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3조2544억원이 집행됐다. 미래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성장전략외에 최근 샌디스크 인수 추진 사례에서 보듯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과거보다 유연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기회와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나설 수 있다는 생각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도 최근 "(삼성전자가)발전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 인수합병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의 3분기 실적이 공개되자 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지난 3분기 본사기준 24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다른 국내외업체들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기조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같은 삼성 반도체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원가경쟁력과 차별화된 제품군에서 찾을 수 있다. 이같은 기술적 우위는 한발앞선 투자와 미래를 겨냥한 연구개발의 결과물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사업에만 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 반도체는 공정기술 측면에서도 경쟁사에 비해 가장 앞서있다. 56나노 D램과 42나노 낸드플래시 양산에 누구보다 빨리 돌입했고 내년에는 이 비중을 확대, 원가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모바일D램, 원D램, 멀티칩패키지(MCP) 등 차별화된 제품군도 자랑거리다.

낸드플래시 역시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Solid State Drive) 시장이 확대될 경우 선두주자인 삼성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인 그동안 메모리분야에 치중됐던 삼성 반도체의 사업이 시스템LSI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스템LSI는 지난 3분기 매출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서는 등 올해 전체 반도체 매출의 20%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을 성장동력을 육성하고 있으며 현재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내비게이션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MP3플레이어용IC, 스마트카드IC에서는 1위를 유지하고 있다. CMOS이미지센서(CIS)도 올해 1위에 등극할 전망이다.

여기에 디지털TV용 시스템온칩(SoC), SSD 컨트롤러, 차세대 스토리지용 반도체 등도 일류제품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를 통해 반도체업계의 강자로 부상한 삼성전자는 이제 시스템LSI라는 새로운 날개까지 달게 됐다.



반도체와 함께 주력사업중 하나인 LCD분야 역시 미래에 대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삼성 LCD가 종주국인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요인이 불황에도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과거 경쟁업체들이 6세대 투자에 나서던 시점에 40인치 이상을 겨냥해 과감하게 7세대 투자를 결정했다. 삼성의 7세대 라인이 가동되자 40인치 이상 LCD TV시장장은 급속도로 확대됐다. 삼성이 대형 LCD TV시장의 개척자가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LCD 패널업계에서 주도권을 놓지 않고 있다. 8세대 라인이 이미 가동중이고 내년에는 또 다른 8세대 라인이 추가로 가동된다. 올해에도 4조원 이상의 투자가 집행됐다. 일본 소니가 TV사업에서 경쟁관계인 삼성의 LCD 생산라인에 투자한 것만 놓고 봐도 삼성이 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차세대투자와 관련 11세대로 직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대형 LCD TV시장을 개척했듯이 초대형TV와 디지털간판 등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AMOLED,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등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연구도 차질없이 진행중이다. 지난해에는 LCD연구소를 `차세대연구소`로 개명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기술에 대한 연구역량을 강화했다. 기존의 강점인 응용기술 분야는 물론 기초기술을 확보, `First Mover`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