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태호 기자
2006.04.06 10:41:33
부동산 의존도 심화..고용,소비 파급효과 막대할 듯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지난 수년간 미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주택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는 소비와 고용 증대에 크게 기여해온 주택경기가 둔화되면서 미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지난 10년 간의 부동산 붐은 이례적으로 건설이나 자동차, 가구시장에까지 그 파장을 확대했다. 콜먼 파워스포츠에서 세일즈를 담당하는 매트 로스는 "모터싸이클이나 모터보트를 사는 고객의 약 20%가 주택 자산을 이용하고 있다"면서 "그들은 원하면 언제든 주택을 팔거나 리파이낸스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경제는 어떤 기준으로 봐도 과거 어느때 못지 않게 주택 경기에 의존하고 있다. 2005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투자 비중은 전후 부동산 붐이 일었던 1950년 이래 가장 높았고, 부동산 관련 부문의 고용비율은 1970년 이후 최고였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주택시장이 미국 경제에 미쳐온 강력한 영향력이 점진적으로 감소하면서 평균적인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미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주택판매 건수는 매월 감소했으며 지난 2월 주택착공도 1년 전에 비해 4.8% 줄어들었다.
이 같은 주택경기 둔화는 곧바로 관련 산업 고용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페인트업체인 `모나크 페인트 엔 월커버링`은 2003~2004년에 두자릿수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지만 최근 성장세가 둔화됐기 시작했다. 빅터 크로스 사장은 현 추세가 계속된다면 어떤 추가적인 설비투자나 고용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부동산 산업은 미 신규고용의 무려 74%를 차지했다. 또 `무디스 이코노미닷컴`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말 워싱턴 지역 고용의 11%는 모두 부동산 중개인, 건설 노동자 등 부동산과 관련돼 있다. 이는 35년만에 가장 높은 비중으로 부동산시장이 고용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밖에 `자산 효과(wealth effect)`가 감소하는 일도 우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택가격의 상승은 사람들이 더 부자가 됐다고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저축률 감소와 소비증가를 유발한다. 또 부동산 가격 상승과 저금리 기조는 모기지 리파이낸스를 활성화시키면서 미국인들의 소비여력 높여주기도 했다.
이코노미닷컴에 따르면 워싱턴 주민들이 모기지 리파이낸스를 통해 얻게 된 수익은 개인 가처분 소득의 14.5%에 해당할 정도로 많았다. 이는 주택가격 급등을 경험한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소재 도시 다수에 이어 1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여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이코노미스트닷컴의 마크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이들 지역의 경제는 주택경기 둔화에 특히 민감하게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