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병수 기자
2005.08.30 10:45:42
부동산대책에 `금융` 동원 부담?
`고육책 vs 이중플레이` 논란도
[이데일리 김병수기자]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30일 `제2단계 주택담보대출리스크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우리가 내놓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이 아니다"고 강변하고 나서 주목받고 있다.
이날 금감위, 금감원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한 종합대책 발표에 맞춰 제2단계 주택담보대출리스크 관리방안을 내놓는다. 지난 6월 30일 1단계 주택담보대출리스크 관리방안에 이은 후속대책이다.
1단계 방안은 투기지역에 대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인하가 핵심이었다. 그 만큼 투기지역으로 흘러들어가는 돈줄을 죄겠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2단계 대책도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임점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자금줄을 죄는 데 초점이다.
임점검사에서 그 동안 LTV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많은 사례가 발견됐고, 이의 경우 만기연장시 담보인정비율을 제대로 지키라는 것이다. 그만큼 자금을 빨아들이는 효과가 있는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을 동일세대별로 관리하게 됨에 따라, 각종 미성년자 명의로 대출을 받은 사례의 경우에도 추가적인 대출 회수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금융감독을 책임지고 있는 금감위·원은 굳이 이 같은 대책이 정부의 종합부동산대책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1단계 리스크방안 발표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정부의 부동산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방안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이유로 인해 금감위·원의 이번 방안은 정부의 종합대책발표에서도 제외됐으며 별도로 발표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 처럼 부동산으로 흘러들어가는 자금을 실질적으로 죄는 대책이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것은 다소 어이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크게 세제강화와 공급확대로 요약된다. 대체로 단기적인 효과를 내기보다는 중장기적인 대책인 셈이다.
반면, 금융감독당국의 자금줄 죄기는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대책이다. 개인들이 여유돈이 많아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겠지만, 그 동안 누누이 지적돼 온 것처럼 투기적인 가수요에 의한 것이라면 자금줄을 죄는 것 만큼 확실한 대책도 없을 것이다.
많은 분석가들은 지난 6월30일 이후 강남권의 주택가격이 정체 또는 일부 하락요인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종합대책에 따른 세제강화 요인도 있지만 추가적인 자금융통 수단이 일시적으로 막힌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가구 1주택을 기준으로 세대별 주택담보대출을 관리하는 이번 대책이 정부의 부동산대책과 무관하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형식논리를 내세워 정부가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금을 죄어 즉 금융을 동원해 부동산을 통제한다는 인상을 애써 외면하면서도 실제로는 자금줄을 죄는 정책을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실제로 자금줄을 조여할 할 통화당국은 뒷짐을 지고 있다. 금융통화위원회와 한국은행은 올 들어 계속적으로 부동산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정작 콜금리를 올려 시중의 자금을 빨아들이는 데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는 실정이라고 은행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히고 있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어차피 통화당국의 금리결정이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보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느냐"면서 "재경부는 저금리정책을 유지하고자 하는 강한 의지로 통화당국의 금리까지 암묵적으로 개입하면서 실제적으로 돈을 빨아들여야겠으니 금감원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금융계 다른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융기관 임점검사 결과를 30일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동시에 같은 내용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발표에 맞춰 뭔가 기여해야 한다는 인상을 풍기는 금융관련 당국들의 행태도 조금은 우습다"고 비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