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공자도 특급호텔 조리사로"…민·관 'K컬처' 프로그램, 취업난 타파
by정병묵 기자
2025.12.04 06:00:00
고용부·경총 '청년도약 멤버십' 참여기업 확대
K컬처 확산하면서 청년 맞춤형 취업 문 열려
실질적인 직업훈련이 취업과 바로 연계되며
요식·뷰티·웹툰·게임 등 새 취업분야 개척 중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작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6개월이 지나면서 ‘나만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닐까’, ‘비전공자인 내가 요리를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라는 막막함 속에 방황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호텔 조리사로서 자신감과 확신을 갖고 일하고 있지요.”
작년 중순까지만 해도 막연하게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던 김광명(23)씨는 올해 현재 특급호텔 워커힐에서 조리사로 당당히 활동하고 있다. SK·행복나눔재단·행복에프앤씨재단이 운영하는 청년 직업교육 사업 ‘SK 뉴스쿨’의 조리과를 거치면서다. 허철웅(26)씨는 중견 AI 보안업체 이글루코퍼레이션에 올해 취업했다. 허씨는 “지역청년, 고졸자, 비전공자로서 정보보안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체계적인 교육 과정 덕분에 기초부터 실력을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도 SK 뉴스쿨 정보보안과 출신이다.
| | ‘SK 뉴스쿨’ 조리과 강좌에서 한명숙 요리연구가(오른쪽)가 수강생에게 도미 손질 방법을 지도하고 있다(사진=SK행복나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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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뉴스쿨은 청년들이 전문 직업인으로 성장하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08년에 설립해 지금까지 809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2022~2024년 기준 평균 취업률 97%를 달성하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2026년도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게임, 웹툰, 뷰티, 레저, 조리 등 ‘K컬처’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청년들을 위한 새로운 취업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사무직 중심의 일자리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관심과 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산업 분야의 청년 맞춤형 일자리와 직무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고용노동부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민·관이 함께 진행 중인 ‘청년도약 멤버십’ 덕이다. 2021년 고용노동부와 경총의 업무협약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2021년 삼성전자 등 11개사에서 올해 4월 인텔코리아·구글코리아 등 129개사로, 12월에는 셀트리온, LS 등 11개사가 신규 가입하며 140개사로 확대됐다.
| | ‘컴투스 멘토링 스쿨’ 참가자들이 게임업계의 다양한 멘토들에게 조언을 받고 있다.(사진=컴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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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기업들의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중견 게임사 컴투스(078340)는 게임업계에 관심이 있는 대학교 재학생(5학기 이상 수료자) 대상 현직자 멘토링, 직무특강을 제공하는 ‘컴투스 멘토링 스쿨’ 운영 중이다. 구직자들이 평소에 잘 접해보지 못했던 게임회사만의 직무에 대해 탐색할 수 있도록 게임업계의 다양한 직무(게임클라이언트, 게임서버, TA, 기획·마케팅, 게임아트, AI 등) 및 커리어 특강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이모(24)씨는 “평소 물어보고 싶어도 물어볼 대상이 없어서 혼자 고민하고 찾아보느라 왜곡된 정보가 많았는데, 그런 부분들을 많이 정정할 수 있었다”며 “취업 준비와 관련해서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고 정말 큰 인사이트를 얻었다”고 했다.
| | 아모레퍼시픽재단의 뷰티 인재 실무자 양성 과정 (사진=아모레퍼시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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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재단이 ‘뷰티 인재 실무자 양성 과정’을 운영 중이다. ‘브랜드 메이크업 아티스트’,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등의 과정으로 구성되어 브랜드 메이크업, 헤어 강사, 라이브커머스 등의 신규 직무 기반 실전 교육과 멘토링을 제공하고 있다. 2022년부터 지금까지 누적 126명이 수료 후 뷰티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2001년 설립된 글로벌 웹툰·웹소설 제작사 씨엔씨레볼루션은 국내 최초의 전문 웹툰 교육과 실전 프로젝트 교육을 제공하는 ‘리얼웹툰 잡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웹툰PD·스토리 과정, 노블코믹스 작가 과정, 오리지널 웹툰 등 과정 당 20명씩 총 60명을 선별, 전문적인 교육과 실무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강원랜드는 카지노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실습 중심 커리큘럼과 현장 밀착형 교육, 직무체험을 제공하는 ‘하이원 글로벌 아카데미’를 운영 중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에서 현업 직무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딜링 교육’과 외국어·취업특강 등 관광산업 맞춤형 ‘취업역량 교육 프로그램’ 수료생을 작년부터 누적 181명 배출했다.
| | 씨엔씨레볼루션의 ‘리얼웹툰 잡카데미’ (사진=씨엔씨레볼루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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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프로그램은 기업과 구직 청년 모두에게 ‘윈 윈’이다. 신성장 분야 기업들은 자신들의 현장 인프라와 산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청년들에게 맞춤형 직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ESG 경영 실천과 함께 미래 핵심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실무 경험이 중요한 게임, 웹툰, 뷰티, 레저, 조리 관련 기업들은 청년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회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청년들 역시 평소 관심은 있으나 실제 역량을 키우기 어려웠던 분야에서 일 경험과 직무교육을 통해 창의적이고 실무적인 역량을 쌓을 수 있다. 특히 자신의 취향과 흥미를 살릴 수 있는 분야로 직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정부 역시 K콘텐츠 산업 육성과 청년 인재 양성을 국정과제로 추진하면서 관련 분야 기업들의 인재 양성을 독려하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최근 청년층의 취업 선호가 제조업 중심에서 콘텐츠·서비스 분야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해당 분야 기업들이 운영하는 청년 고용지원 프로그램이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다양한 산업 현장을 경험하고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통로로 점점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