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 개막…전자업계, ‘기술력·다양성’ 사외이사 모셔라

by이다원 기자
2023.03.12 15:33:05

15일 삼전 시작으로 전자업계 주총 줄이어
신규 사외이사 영입 활발…기술·금융 전문가↑
여성 사외이사 점차 늘어…LGD·하닉 증가세
LG, 사업목적 추가…DB하이텍, 팹리스 분사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3월 정기 주주총회(주총) 시즌이 시작되는 가운데 전자업계 역시 주주들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주총에서는 전문성과 다양성을 갖춘 신규 사외이사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영입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업을 더하거나 쪼개는 모습도 나타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3일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서천연수원에서 ‘제54기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오는 15일 삼성전자(005930)를 시작으로 전자기업들의 주총 시즌이 막을 올린다.

올해 정기 주총의 화두는 신규 사외이사 영입이다. 사외이사진을 꾸려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위기 대응 능력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는 모습이 두드러질 전망이다. 또한 여성 사외이사를 영입해 기업 경영의 다양성을 확충하려는 노력도 이어진다.

먼저 삼성전자는 15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정기보고 및 안건 처리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삼성전자 주총의 주요 안건은 한종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을 이끄는 한 부회장은 지난 2020년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으며 지난해 부회장 승진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임시주총을 통해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허은녕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등 사외이사진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올해 주총에서 한 부회장을 재선임하며 경영 리더십을 탄탄히 할 전망이다.

오는 15일 삼성전기(009150)도 정기주총을 열고 최종구 라이나전성기재단 이사장을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최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금융위원장을 지낸 인물로 자본시장 정책·국제금융 분야에 높은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기는 최 이사장을 영입해 글로벌 경기 변동에 발 빠르게 대응해나가겠단 구상이다.

LG디스플레이(034220)는 오는 21일 주총을 열고 디스플레이 분야 전문가로 저명한 박상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사외이사에 선임할 계획이다. 만일 박 교수가 선임될 경우 LG디스플레이 여성 사외이사는 총 두 명이 된다.

회사 측은 “디스플레이 분야 전문가로 산업 트렌드 및 미래기술 확보와 관련해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 리더로서 경영 전반에 대한 이사회 활동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고려할 수 있는 열린 시각으로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LG이노텍(011070)은 23일 주총을 열고 노상도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 교수를 선임한다. 노 교수는 스마트팩토리 분야와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높은 이해도를 갖춘 인물로, LG이노텍은 향후 B2B·전장 등 신규 사업에 대한 기술 증진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7일 주총을 여는 LG전자(066570)는 사외이사 후보로 국내 무인 자율주행 분야 연구를 이끌어 온 서승우 서울대 지능형자동차 IT연구센터장(전기정보공학부 교수)을 올렸다. LG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전장 사업이 순항하는 가운데 서 교수를 사외이사진에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해 3월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
또한 SK하이닉스(000660)는 정덕균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석좌교수와 김정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을 각각 신규 선임하는 안을 오는 29일 열릴 주총에 상정한다. 두 건이 모두 주총을 통과할 경우 사외이사진은 총 7명으로 늘어나며, 이중 여성 이사 수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다.

정덕균 교수는 손 꼽히는 반도체 설계 전문가로 설계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메모리 업종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원 고문은 재무 관점에서 의사결정과 리스크 관리에 기여하며 ‘겨울’에 빠진 SK하이닉스의 자금 건전성에 기여할 전망이다.

사업 부문을 신설하거나 분할해 기업의 미래 전략을 세우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포착됐다. LG전자는 올해 주총 안건으로 사업목적에 ‘기간통신사업’과 ‘화장품판매업’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는 5G 특화망 사업을 구체화하고 로봇 등 기존 산업과 연계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판매 중인 뷰티 소형가전과 결합해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 사업에도 나선다.

DB하이텍 부천 공장.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은 오는 29일 주총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 사업을 영위하는 브랜드 사업본부를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앞서 소액주주 반발로 무산됐던 팹리스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사를 재추진해 각각의 사업 경쟁력을 확대하겠단 구상이다. 조기석 DB하이텍 사장은 “글로벌 파운드리의 전략방향에 맞춰 파운드리와 팹리스 사업을 분리해 각각의 전문성을 한층 높여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 주총에서는 경기 침체기를 타개하고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확보할 다양한 방법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