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K-방역' 우뚝 서게 한 삼성·풍림…모두 애국자

by김호준 기자
2021.02.21 13:52:32

풍림파마텍 LDV 주사기, 화이자 백신과 전 세계 수출
삼성, 주사기 양산부터 FDA 승인까지 밀착 지원
특수주사기, 정부 백신 도입 협상에 지렛대 역할
26일부터 첫 백신 접종…평범한 일상 찾아준 '애국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후 전북 군산시 코로나19 백신접종용 최소잔여형(LDS) 주사기 생산시설인 풍림파마텍에서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일반 주사기와 최소잔여형 주사기를 비교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진단키트에 이어 K-방역의 우수성을 또 한 번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대단한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코로나 백신 접종용 최소잔여형(LDV·Low Dead Volume) 주사기를 만드는 풍림파마텍을 방문해 이처럼 말했다. 이 회사가 만든 이른바 ‘쥐어짜는 주사기’는 주사 후 남는 백신 잔량을 최소화해 백신 1병당 접종 가능 인원을 5명에서 6명으로 늘린다. 백신 20% 증산 효과를 내기에 전 세계 각국과 글로벌 백신회사들은 이 특수주사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소기업인 풍림파마텍은 ‘국민을 위한 일’이라는 정부 설득에 회사의 명운을 걸고 특수주사기 양산에 뛰어들었다. 자체 자금을 우선 조달해 설비를 들이고 공장을 짓고 있다.

삼성은 이 특수주사기 양산에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삼성전자는 주사기 금형과 디자인, 시제품 개발부터 스마트공장을 통한 양산 체제 구축을 도왔다. 주사기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은 삼성바이오로직스·바이오에피스가 도왔다. 애초에 화이자 등 글로벌 백신회사들이 요구하는 주사기 기술을 보유한 풍림파마텍을 찾아낸 것도 삼성바이오에피스였다. 이들 도움으로 지난 17일 미 FDA 승인을 받은 풍림파마텍 주사기는 곧 화이자 코로나 백신과 전 세계로 수출된다.



조미희 풍림파마텍 부사장은 “삼성이 보여준 열정은 지금도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싶다”며 “현장을 맡은 분들은 아침 7시면 물걸레를 들고 저희와 같이 청소를 시작했다. 설 명절도 없이 저희를 도왔다”고 감사함을 표시했다.

이렇게 삼성과 중소기업이 힘을 합쳐 개발한 특수주사기는 정부의 코로나 백신 도입 협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마땅한 카드가 없던 상황에서, 정부는 이 특수주사기를 들고 화이자 등 백신회사를 설득해 백신 조기 도입과 추가 물량 확보를 이끌어냈다.

오는 26일 국내 첫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찾아줄 진정한 ‘애국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곳곳에 숨어 있다. 코로나로 전 국민이 어려운 이때에 이런 ‘애국자’들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