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간 北 나포 몰랐다”..해경 경비시스템 ‘구멍’

by최훈길 기자
2018.11.24 11:25:00

[해양경찰청 주간계획]
30일 국회 농해수위, 해수부·해경 현안보고
3일 나포 됐는데 해경, 9일 신고 받고 인지
황주홍 “지난 20일간 북한에 항의도 없어”

조현배 해양경찰청장이 지난 6월25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해양경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경찰청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회가 북한이 우리 어선을 나포한 사건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는다. 정부는 사건 발생 엿새 뒤에 우리 어선의 나포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야당은 경비 시스템 부실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전망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오는 30일 국회에서 어선 나포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해양경찰청으로부터 현안보고를 받는다. 북한의 나포 사건과 관련한 농해수위 현안보고는 지난해 10월 391 흥진호 나포 사건 이후 1년여 만이다.

황주홍 농해수위 위원장은 통화에서 “11월3일 나포가 있었는데 지난 20일간 침묵으로 북한에 항의조차 하지 않은 게 이해가 안 간다. 북한이 남북 화해 시점에 그런 일을 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며 “해경 경비 시스템의 문제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지난 2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나포 사실을 처음으로 발표했다. 우리 어선 S호(84t 통발어선)이 지난 3일 동해 북방 우리 해역인 조업자제해역에서 조업을 하다 북한군에 나포됐고 약 2시간 뒤인 이날 저녁 풀려났다는 게 발표 골자다.

해경에 따르면 S호는 지난 3일 낮 12시께 동해 북방 조업자제해역에서 보름 전에 투망해 놓은 통발어구를 들어 올리는 작업을 했다. 북한군 7~8명은 이날 오후 5시45께 고무보트를 이용해 S호에 불법 승선해 통신기를 차단했다. 이들은 “누가 여기서 작업하라고 했나”라며 선장 이외의 나머지 선원 10명을 선실로 격리조치 했다.

이어 S호는 약 2시간 가량 항해해 조업자제선을 넘어 북한 수역 쪽으로 약 8마일 이동했다. 이후 북한군 1명이 같은날 오후 7시50분께 추가로 승선해 “남북관계가 화해관계이니 돌아가라”라고 말하자, 북한군은 모두 하선했다. S호는 같은 날 오후 8시45분께 우리 해역인 조업자제해역으로 복귀했다.

북한군은 지난 15일에도 우리 해역을 침범했다. 북한 경비정 1척은 지난 15일 오후 10시40분께 우리 해역인 조업자제해역에서 조업 중인 S호에 다시 접근했다. 북한 측은 “선장 나가세요”라며 두 차례 방송을 했다. 이에 S호는 조업을 중단했고 16일 오후 10시40분께 울진 후포항으로 입항했다.

해경은 지난 9일 신고를 받고 난 뒤 나포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했다. S호 선장은 9일 오전 8시30분에 울진 후보항에 입항한 뒤 이날 오후 5시50분에 울진해양경찰서에 최초로 신고했다. 나포 당시 해경 1512함, 해수부 소속 어업지도선 무궁화34호가 동해 해상에 있었지만, 나포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

동해해경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북한이 수산물 진흥 정책으로 어획량을 늘리려는 상황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S호가 해경 함정과 32해리(59km) 떨어져 있어서 레이더망을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신고 전에는 나포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나포 사실을 자동으로 알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여부에 대해 “작년 10월 흥진호가 나포된 뒤 관련 원거리 시스템(D-MF/HF)을 구축하려고 했는데 예산이 부족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며 “경비함을 늘리거나 레이더 성능을 개선하려고 해도 예산난이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시 어업지도선이 나포된 선박과 20여마일(32km 이상) 떨어져 있어서 파악할 수 없었다. 해경으로부터 지난 10일 오전에 나포 사실을 첫 보고 받았다”며 “원거리 시스템은 기술개발을 진행 중이어서 2020년 초에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까지는 신고가 없으면 정부가 나포 사실을 제때 알 수 없는 셈이다.

통일부는 나포 사건 20일 만인 23일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측에 의한 우리 어선 나포 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통일부는 “동해 북방 우리 해역에서 정상적으로 조업하던 우리 어선이 북측에 의해 나포되었던 점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향후 유사한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필요 조치를 취해줄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편, 해경은 오는 27일 해양경찰청 송도청사 현판식을 연다. 해경은 정부세종2청사에 위치한 본청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로 이전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해경을 부활시켜 인천에 돌려 드리겠다”며 “해양주권을 지키고 서해5도의 안보와 경제도 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해경의 주간계획이다△26일(월)

12:00 ‘10월 해양경찰 빛과 소금’에 창원해경 전석한 순경 선정

△28일(수)

09:00 해경 퇴직공무원 사회공헌사업 우수사업 선정…인사혁신처장과 간담회

09:00 국제전문가와 함께 하는 해양오염 방제교육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