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박성의 기자
2017.09.23 16:09:21
국순당 제조, CU 단독 판매 상품
막걸리에 원두커피 첨가한 주류
향과 첫맛 커피에 가깝지만 뒷맛 시큼
모호한 맛에 겨냥한 '타깃'마저 모호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한 손에 시원한 막걸리 한 통을 들었다. 40대다. 피부는 검게 그을렸고 산을 좋아한다. 그에게 막걸리는 낙이다. 누렇고 구수한 막걸리의 맛이 세상사 힘든 걱정을 가시게 한다. 소주에 비해 세지 않은 도수는 ‘딱’ 안성맞춤이다.
한 손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쥐었다. 20대다. 피부는 하얗고 시원한 테라스를 좋아한다. 그녀에게 아메리카노는 ‘힐링’이다. 까맣고 시원한 커피의 맛은 지루한 하루에 생기를 돌게 한다. 은은한 향에 기분까지 좋아진다.
이 두 사람을 한 번에 사로잡을 음료를 만들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난제에 CU와 국순당은 이렇게 답한다. “그냥 섞어버리자!”
명쾌한 답이다. 그런데 살짝 난감하다. 지금껏 우린 수많은 ‘폭탄주’를 봐왔다. 소주에 맥주를 섞은 ‘소맥’은 고유명사가 됐고, 막걸리와 사이다를 섞은 ‘막사’도 인기다. 그런데 막걸리와 커피의 조합은 생경하다. 아니 괴상하다. 맛도 향도 색도 상상하기 어렵다.
국순당이 제조하고 CU가 판매하는 ‘막걸리카노’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진짜 섞었다. 지난달 13일 출시된 이 제품은 곱게 간 생쌀과 함께 로스팅 원두 파우더를 7일간 발효해 탄생했다. 국순당이 에스프레소, 라떼 등 다양한 커피 스타일과 아라비카, 로부스타 등 여러가지 커피 원두를 연구해 막걸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레시피로 개발했다고 한다. 나이 든 술인 막걸리의 회춘을 노린 셈이다.
막걸리카노는 ‘막걸리 색을 가진 커피’가 아닌 ‘커피맛 나는 막걸리’다. 술이란 얘기다. 알콜 함량은 4%. 일반 막걸리(6%) 보다 도수가 낮다. 겉모습은 정갈하다. 한 손에 들어오는 캔에 담겼다. 포장은 온갖 영문으로 도배됐다. 하얀 플라스틱 병에 담긴 채 구수한 정취를 내뿜는 여타 막걸리와는 얼굴부터 다르다.
특징은 카페인 함량이다. 막걸리카노 한 캔(350mL)에 카페인 103mg이 들어있다. 100mL당 카페인 함량은 29.42mg. 100mL 기준 즉석커피에 들어간 카페인이 52.9mg은 점을 고려하면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박카스 한 병에 들어 있는 카페인이 30mg이다. 즉, 막걸리카노 한 캔을 마시면 박카스 3병은 들이킨 것만큼 각성할 수 있다. 커피 한잔에도 잠 못 이루는 이들은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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