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최훈길 기자
2017.08.12 14:20:02
카페·빵집 차려 돈 번 대형교회 세금 0원
종교단체, 年 40만건-2900억 면세 혜택
김진표 "종교인 과세하면 불 보듯 갈등"
전문가 "면세 줄이고 세무조사 강화해야"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종교인 (소득에) 과세를 해야 한다. 이미 대형교회들은 기업처럼 된 지 오래다.”
지난 11일자 이데일리 기사 <[팩트체크]종교인 과세하면 대혼란 온다고?>에 한 누리꾼이 이 같은 댓글을 남겼다.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자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법안에 반박하는 내용이다. 대형교회들이 복음 전도사가 아니라 수익을 우선하는 영리기업으로 전락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댓글은 5000건 이상의 ‘좋아요’ 호응을 받았다. 그렇다면 정말 대형교회들이 부적절한 수익 사업에 나섰을까. 왜 이런 부정적 인식이 많은 것일까.
실제로 대형교회들의 수익 사업, 탈세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대형교회들이 카페, 빵집 등을 차려 돈을 벌고도 세금을 안 내 추징당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사건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강남구청은 4월부터 6월까지 ‘비과세 대상 부동산 이용실태 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 소망교회를 비롯한 강남의 10개 교회가 부당하게 부동산 재산세를 감면받은 사실이 적발됐다. 소망교회는 신사동 제1교육관 1층에 120석 규모(400㎡)의 카페와 빵집 등을 운영했지만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약 600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이외에도 다른 교회들은 문화체육센터를 지어 회비를 받고, 교회 건물을 사무실로 임대해 수익을 올리거나 다른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을 담임목사 사택으로 처리해 재산세를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교회들은 “교회 시설의 사회 환원 차원”이라고 항변했다. 소망교회 측은 당시 언론에 “전국의 수많은 교회가 카페를 운영해왔는데 이제 와서 이를 잘못이라고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부당 면세”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추징금만 5억74만원에 달했다. 자치구가 종교법인의 재산세 면세 실태를 전반적으로 조사해 세금을 추징한 것은 이때가 최초였다.
그렇다면 최근에는 괜찮아졌을까. 여전히 탈세 교회가 적발되고 있다. 강남구청은 올해 5월 부당하게 취득세를 비과세·감면받은 법인들을 기획조사 했다. 이 결과 한 교회는 종교용으로 신고한 부동산에서 자녀 돌봄 서비스 등의 수익 사업을 벌였다가 7000만원을 추징당했다.
이 같은 탈세가 잇따라 적발되는 것은 일부 대형교회들이 현행 법의 면세 규정을 교묘하게 빠져나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민법(32조), ‘문화체육관광부 및 문화재청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종교의 보급 등을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으로 설립되면 각종 면세를 받게 된다. 면세받는 세금은 10여개에 달한다.
세목별로 보면 종교 및 제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가 취득·사용하는 부동산에는 취득세, 재산세가 면제된다. 종교 등 공익법인에 출연된 경우 출연된 재산가액에 대해 상속·증여세 과세가액에 불산입하도록 해 면세를 해주고 있다. 법인세도 종교단체의 비영리 사업에 대해 이 같은 세금 혜택을 주고 있다. 외국으로부터 기증되는 예배 용품, 종교의식용 주류에는 각각 개별소비세, 주세가 면제된다.
이 같은 세금 혜택은 한 해 수천억원에 달한다. ‘종교단체에 대한 지방세 비과세·감면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논문(홍익대 김유찬 교수·홍성익 박사과정)에 따르면 종교 및 제사단체에 대한 지방세 비과세·감면(2011년 기준)은 한 해 39만7089건, 2911억7900만원에 달했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주민등록 인구 5173만6224명·올해 6월말 기준)에게 자장면 한 그릇(5000원 기준)씩 대접하고도 남는 금액이다.
구체적으로는 재산세(1127억1700만원), 취득세(692억2000만원), 등록세(491억9300만원), 도시계획세(430억1500만원), 공동시설세(97억8300만원), 주민세(66억5500만원), 지방소득세(5억6800만원), 면허세(1800만원), 지역개발세(600만원) 순으로 세금 혜택을 받았다.
김유찬 교수는 논문에서 “종교단체에 대한 비과세·감면이 큰 폭으로 증가함에 따라 이를 이용한 부동산의 증식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종교인들이 자신의 부동산을 종교단체 명의로 취득한 후 감면을 적용받아 재산증식으로 수단으로 이용할 우려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종교 고유의 공익적 활동을 지원하는 정부의 면세 제도가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9일 김진표 의원(대표발의) 등 여야 국회의원 25명은 종교인 소득에 과세를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지난 9일 발의했다. 이 법안이 연내 통과되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종교인 과세가 2020년 1월로 미뤄진다. 김 의원은 “구체적인 세부 시행기준 및 절차 등이 마련되지 않아 종교계가 과세 시 마찰과 부작용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내년에 시행하면) 불 보듯 각종 갈등,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상은 오히려 현행 면세 제도 때문에 각종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 같은 면세 특혜를 받는 만큼 과세 형평 측면에서 종교인 과세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유찬 교수는 종교단체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 △세법 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으로 면세 축소 △비과세·감면에 대한 사후관리 강화 등을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적폐 청산’을 1순위 국정과제로 제시한 문재인 정부, 민주당이 왜 이런 개혁안부터 제시하지 못했을까. 김 의원이나 민주당이 왜 이런 법안을 당당히 내지 못했을까. 김동연 경제부총리나 세법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지 못할까. 당장 앞둔 지방선거 표 때문에 종교인 과세를 여전히 성역으로 남길 것인가.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는 “유리지갑 직장인들은 꼬박꼬박 세금이 떼이는데 종교인들만 유독 수십 년간 유예해 주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라며 “이제라도 투명한 공평과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득세법 개정안, 국회는 2015년 12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종교인들에게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다만 시행일은 2018년 1월1일로 정해, 2년 유예하기로 했다. 법이 시행되면 목사, 스님, 신부, 수녀 등 종교인들이 의무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율은 현행 소득세와 같다. 다만 종교단체에서 받는 학자금, 식비, 교통비 등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세무조사 때 종교단체 장부·서류는 종교인 개인소득 부분만 제출하기로 법에 명시했다. 종교인 과세는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이 종교인 과세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공론화됐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종교계에서는 사업장에 소속된 근로자가 아니라 영적인 일을 하는 성직자로서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 번번이 과세는 무산돼 왔다.
※이데일리 [기재부 24시]는 기획재정부의 정책을 24시간 면밀히 살펴보고 예산·세금·재정 등 딱딱한 경제정책을 풀어 독자들에게 쉽게 설명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연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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