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부동산대책…“주택시장 위축, 단기 건설업 영향은 제한적”
by이명철 기자
2017.08.03 09:02:24
증권街 “정부 투기 수요 근절 의지…거래·가격 둔화 예상”
분양물량 확보한 건설사 단기 실적은 견조…중장기 고민해야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정부가 주택 투기수요를 잡기 위한 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5년만에 투기지역이 재등장했고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강화까지 나왔다. 예상보다 강한 규제가 담긴 이번 대책을 두고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수년간 호황을 누려왔던 건설사 중에서는 사업 비중 등에 따라 실적 차별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사된다. 다만 이번 대책이 부동산 가격 하락보다는시장 안정에 중점을 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은행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6·19 부동산 대책 발표 후에도 서울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진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주요 내용을 보면 △투기과열지구·투기지역 지정 △LTV/DTI 강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확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금융규제 강화 등이다. 본격적으로 투기 수요를 규제하면서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때문에 활발한 주택 매매거래를 바탕으로 성장한 주택시장 위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는 주택시장 과열의 원인을 ‘투기 수요 유입’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정부의 집값 안정을 위한 시장 모니터링 지속으로 주택은 가격·물량 모두 우하향 기조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업계 시각은 대체로 비슷하다. 이번 대책을 통해 시장 성장세가 점차 둔화된다는 것이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8·2 부동산 대책 후에도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 종합부동산세, 보유세, 재산세 등 추가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며 “내년부터 시행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양도소득세 강화와 아파트 입주 물량 급증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은 조정구간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택 매매거래 감소는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날 영향이다. 박형렬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전매 제한이 강화되면서 분양권 거래가 줄고 갭(Gap) 투자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기존 주택 매매 거래량도 감소할 것”이라며 “서울은 전체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고 대출규제와 조합원 지위 양도가 어려워져 투자 수요뿐 아니라 실수요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존 주택이나 분양권 거래는 위축되겠지만 신축 아파트 수요 증가라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세찬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존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분양권과 입주권 거래가 어려워질 경우 새집을 원하는 사람들의 수요는 등기가 완료된 신축 아파트로 집중될 수 있다”며 “신축 아파트가 재건축·재개발이나 분양권 투자 대안으로 주목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가격 자체도 하락보다는 하향 안정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에 어느 정도 성공하더라도 여전히 실수요자들의 주택 보유 의지가 강하고 신규 주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세가 크게 둔화될 수는 있으나 하락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이번 부동산 대책을 통해 주택시장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면서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사에 직접 타격이 예상되지만 단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증권가 의견이다.
김형렬 연구원은 “대형건설업체는 전년 수준 분양을 유지하고 있고 2019년까지 주택 매출은 사상 최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관리처분 인가 신청 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적용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관리처분 인가는 크게 늘어나 내년까지는 분양 물량이 크게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중장기로 볼 때는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만큼 주의가 요구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대형사는 대규모 재건축 분양을 계획한 상태고 철거·이주가 이미 완료돼 공급계획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로는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 불확실성으로 조합 추가분담금 문제가 불거지면 건설사도 기대 마진이 낮아진다”며 “내녀 하반기부터 재건축 추진 속도는 둔화될 수 있고 수요기반이 약한 지방과 이를 거점으로 활동한 중소 건설사들은 첫 전매제한 시행과 투기수요 감소로 타격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결국 건설사 중에서도 앞으로는 옥석 가리기식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이민재 연구원은 “건설업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조정이 더디게 진행될 수도권 중심으로 포진된 분양 물량, 재건축·재개발 중심 구성, 상반기 충분한 분양 물량을 확보한 업체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GS건설(006360)은 상반기 이미 1만6000가구를 공급했고 현대건설(000720)은 수도권 중심 물량 위주여서 상대적으로 위험 노출도가 낮다”고 판단했다. 이경자 연구원은 “공사비 90% 이상이 확보돼야 수주하는 대림산업(000210)이 최선호주”라며 “건자재 영향은 제한적인 것을 감안하면 KCC(002380), LG하우시스(108670)를 최선호주로 유지하고 시멘트와 페인트 업종에 긍정적 접근을 권유한다”고 전했다.
한편 은행업의 경우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건전성 악화는 제한적이고 주택담보대출 수요 감소에 따른 성장성 둔화도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유승창 KB증권 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 수요 감소 시 최근 은행 가산금리 축소에 따른 순이자마진 개선 추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시장금리 방향성과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가 순이자마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며 “부동산 대책에 따른 은행업종 투자심리는 단기로 부정적일 수 있지만 실제 실적·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