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원 1200원 눈앞..누가 웃고 누가 우나

by김지은 기자
2011.09.23 10:43:03

대우證, 달러-원 환율변동에 따른 종목별 파급효과 분석
100원 오를 때 삼성전자 EPS 16.7% 증가..포스코는 6.3% 감소

[이데일리 김지은 기자]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달러-원 환율은 장중 1190원을 돌파하면서 가뜩이나 휘청이는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워내는 모습이다.

9월 초만 하더라도 1060원을 유지했던 달러-원 환율은 불과 한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동안 10% 이상의 급등세를 보였다. 풀릴 듯 하면서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유럽 재정위기와도 무관치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하 가능성과 유럽 재정문제 심화 등으로 인해 유로화 약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 이로 인해 상대적 안전자산인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달러-원 환율에도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 즉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23일 주식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수출주는 코스피 지수 대비 낙폭이 제한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전 10시30분 현재 삼성전자는 전일대비 2만원(-2.53%) 내린 77만원을 기록하고 있고, 현대차(-3.86%) 기아차(-3.07%) 등도 3%대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코스피 지수가 전일대비 84.32포인트(-4.68%) 내린 1716.23을 기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시장 대비 상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날 대우증권은 환율이 100원 오를 때 삼성전자(005930)의 주당순이익(EPS)은 16.7%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대부분의 전기전자 업체들이 매출은 달러로 결제하는 반면 원재료 매입은 달러나 엔화, 원화가 혼재돼있기 때문.
 
특히 최근 원-엔 환율 상승 흐름은 경쟁관계에 놓인 일본업체들에게는 부정적인 환경인 만큼 국내업체들에게는 더욱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034220)도 달러-원 환율이 100원 오를 때 순이익이 11.7%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고, 삼성SDI(006400)는 영업이익이 37.0%, 순이익이 27.0%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SDI는 모두 매출 중 달러결제비중이 93.4%에 달한다.



반도체 업체의 경우 달러-원 환율 상승은 원화 환산 메모리 가격에 긍정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에 따라 달러-원 환율이 100원 오를 때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16.7% 증가하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다만 하이닉스(000660)는 외화부채가 3조5000억원 수준으로 많은 편이어서 이것이 환율 효과를 대부분 상쇄, 환율이 100원 오를 때 EPS 증가율은 0.1% 상승에 그치는 등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비중이 큰 자동차 업체 역시 환율이 오를수록 영업수익성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005380)의 경우 달러-원 환율이 100원 오르면 EPS가 8.7%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아차(000270)는 13.4 늘었다.

반면 원재료 수입 비중이 큰 업체들의 경우 환율이 오를수록 이익률 감소가 확연하게 나타났다.

포스코(005490)는 달러-원 환율이 100원 오르면 EPS가 6.3%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포스코의 수출규모는 14조원인 반면 수입구조는 25조원에 달한다.
 
달러-원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가격 상승으로 매출은 늘어나겠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이익률이 감소하는 것이다.

현대제철(004020)의 경우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달러부채도 3조원 수준에 달해 달러-원 환율이 오를수록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달러-원 환율이 100원 오를 때 EPS는 40.8%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가스공사(036460) 역시 EPS가 51.2% 급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해 영업이익은 환율에 제한적인 영향을 받지만, 외화관련 손실이 발생해 순이익이 급감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대한항공(003490)은 달러-원 환율이 100원 상승할 경우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됐다.
 
약 50% 매출과 70%의 영업비용이 외화에 노출돼있는데다, 2분기 기준 60억달러 규모의 차입이 있어 환율이 오르면 외화관련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화 약세기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업종은 자동차 조선 기계 건설 IT 등으로 이익이 오히려 증가하거나 마진율 하락폭이 작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입원자재 비중이 높거나 외화 순부채가 많은 에너지 유틸리티 운송 유통 통신서비스 음식료 등은 마진율 하락폭이 크므로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