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유한양행, `썰렁한` 삐콤씨 광고 속사정

by문정태 기자
2010.01.08 10:17:35

한겨울에 `푸른 하늘과 황금들녘`..약 정보도 없어 `무슨 사정?`
까다로운 약 광고 심의 제대로 대응 못해

[이데일리 문정태기자] 요즘 신문 지면에 실리고 있는 유한양행(000100)의 `삐콤씨` 광고를 보고 있으면 절로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한겨울 칼바람에 폭설까지 내린 1월에도 광고 속 배경은 푸른 하늘 아래에 널따랗게 펼쳐진 황금 들녘이다. 배경 위에 손 하나가 있고, 손 위에는 하얀 접시가, 또 그 위에는 `삐콤씨`라는 제품 하나가 덩그러니 올려져 있다.
 


한 마디로 `촌스럽다`. 이미지도 그렇지만, 광고에는 10~20년 전에나 사용됐을 법한 진부한 문구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라는 문구가 메인 카피다. 그 다음에 눈에 띄는 문구는 `우리나라 가족영양제 - 삐콤씨`, `활력을 가득 채워주는 비타민 영양제 삐콤씨!, 모든 가족이 활기차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사랑하는 분들, 고마운 분들께!`라는 표현이 전부다.

광고만 봐서는 삐콤씨가 `영양제`라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어떤 사람이 어디에 먹으면 효과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하지만, 삐콤씨도 어엿한(?) 의약품이다.

이 약은 `nicotinamide 100mg, thiamin nitrate 15mg, riboflavin 10mg` 등 7개 성분과 비타민 B1·B2·B6· C가 포함돼 있다. 또, 신경통·근육통·관절통(요통, 견통)·구각염·설염·습진·피부염·각기·눈피로·기미 주근깨 완화, 잇몸출혈 등의 효능·효과를 인정받았다.

사실, 예전에는 이 약이 어떤 효능·효과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광고를 통해 어느 정도는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광고는 왜 이럴까. 
 
유한양행도 이 광고 때문에 꽤나 `속 앓이`를 했단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겨울이 시작됐는데, 광고의 배경은 가을이라서 지면에 광고를 싣기가 민망하기까지 했다"면서 "하지만, 신문사들과 지면 계약이 돼 있어서 싣지 않을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왜 이런 광고가 신문에 실리고 있는 것일까?



사연인즉 이렇다. 의약품에 대한 광고심의가 까다로워지고 있는 추세다. 회사는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심의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변화를 주는 것만 선택했다. 손과 제품의 모양은 그대로 둔 채 겨울철에 맞도록 눈이 내린 풍경을 배경으로 바꾸고 심의를 신청했다.

하지만, 광고는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제약협회에서 바뀐 광고가 의약품을 선물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밝혀 왔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식으로 시간은 흘러갔고, 유한양행은 한겨울에 `푸른 하늘에 황금들녘`을 배경으로 한 삐콤씨 광고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회사는 예전에는 공문양식이 바뀌었는데, 예전의 양식을 사용해 제출했다는 이유로 제약협회 산하 심의위원회서 심의신청서를 반려받은 적도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건 유한양행의 일만은 아니다. 많은 제약회사들이 광고 제작에서부터 심의를 받는 데까지 소요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면 광고뿐 아니라 TV광고는 제약이 더 심하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제약협회의 광고심의기구 만의 탓은 아니다. 그간 정부는 의약품을 오남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의약품 광고의 표현 방식이나 횟수를 제한하거나 의약품의 광고를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제한해 왔다.

의약품은 오남용을 할 경우 많은 사람들의 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특수한 종류의 제품인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에 업계 내부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것이 하나의 상품으로서 소비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는 세련된 표현마저 할 수 없도록 제한되거나, 기본적인 정보제공마저 제한할 수 있는 근거가 돼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최근 들어 많은 의료전문 매체들이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직접 노출되고 있다. 포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들 매체를 방문한다. 이곳에서는 일반의약품에 비해 오·남용의 우려가 훨씬 큰 `전문의약품 광고`가 즐비하다.

`복지부나 제약협회는 이들 광고에 대해서는 심의를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