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기환의 홍보에 울고 웃고)10년전 그리고 5년후

by문기환 기자
2009.09.30 09:46:08

[이데일리 문기환 칼럼니스트] 1. 최근 홍보대행사에 제품 홍보를 의뢰한 어느 중소기업 사장. 그는 자기 회사 제품이 언론에 얼마나 잘 보도되었는지를 수시로 인터넷으로 확인한다. 그런데 그가 검색하는 곳은 언론사 홈페이지가 아니다. 예전부터 본인이 애용해온 검색 포털 사이트에 기사가 떠 있어야만 만족한다. 신문, 잡지 등의 종이 매체 즉, 오프라인에 보도된 것인지의 여부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일부 언론의 경우 오프라인에는 분명히 보도되었으나 비용을 지불해야만 실어주는 외부 검색 포털에는 기사가 제공되지 않아 좀처럼 온라인 검색으로 찾아보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이 경우 아무리 인쇄 매체에 대서 특필되었을 지라도 포털 사이트에서는 전혀 검색이 안되므로 대행사가 클라이언트로부터 정당한 홍보실적으로 평가 받기 어렵다.

반면 영향력이나 신뢰도 측면에서 검증되지 않은 신생 인터넷 매체일지라도 포탈에 기사 검색이 되면 당당히 한 건의 언론보도 실적으로 인정 받는다. 오프라인에서는 감히 경쟁의 “경”자도 못 내미는 언론일지라도 온라인에서 만큼은 동등하게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그들은 보도자료를 충실히 그리고 신속히 온라인에 띄워주기 때문에 속도와 실적을 중시하는 홍보실과 홍보대행사 직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 매출 규모가 제법 되는 어느 중견기업 회장실. 바쁜 일정 중에 잠시 시간이 나서 모처럼 혼자서 마우스를 움직여 가며 열심히 컴퓨터 화면을 보고 있던 회장, 무엇을 보고 흥분했는지 갑자기 인터폰으로 홍보실장을 호출한다. ‘요즘 별다른 이슈가 없어 조용한데 무슨 일인가?’ 하며 헐레벌떡 회장실로 뛰다시피 들어간 홍보실장. 회장 컴퓨터 화면에 올라와있는 기사 한 줄 때문에 질책을 받는다.

심란한 마음을 가다듬고 내용을 잘 살펴보니 몇 달 전에 다른 언론사에 보도된 적이 있는 부정적 기사가 재탕이 되어 지방의 어느 신생 인터넷 언론에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닌가. 예전 같으면, 회장 눈에 띌 리가 만무한데 친절한(?) 검색 포털 엔진에서 제공하는 기사검색으로 걸려든 것이다.

'즉각 적절히 조치하겠다’고 보고한 후, 사무실로 돌아온 홍보실장, 부하 직원에게 다급히 지시를 내린다. 홍보자료 하나 빨리 만들어서 언론에 배포하라는 내용이다. 별로 영양가 없는 자료인지라, 언론들이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가 바라는 것은 종이 신문이 아니라 인터넷 온라인에 보도되는 것이었다.



몇 시간 후 홍보실장은 다시 검색 포털을 두드려 본다. 회사명을 치고 뉴스면에 들어가보니 방금 전 배포한 자료가 기사화 되어 첫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회장이 지적한 문제의 기사는 다음 페이지에나 가서야 볼 수 있었다. 홍보실장은 이제야 임무를 완수한 듯 흐뭇한 표정으로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을 뽑아 마신다.

3. 얼마 전 동창생인 신문사 중견 언론인과 퇴근 길에 맥주 한 잔을 했다. 요즘 주요 신문사들이 저마다 종합 편성 채널 진출과 관련해 전력을 투구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등 안주 삼아 이런저런 애기를 나누었다.
 
친구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 신문 구독을 안 하는 등 구독자 수가 매년 줄어들고 게다가 방송 및 온라인 매체와의 치열한 경쟁으로 광고 수입도 작아져서 신문사 재정이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데다가 이제는 방송 분야 진출까지 모색하고 있어 바야흐로 종이 신문의 위기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문사 내부에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아마 종이 신문은 5년이 지나면 사라질 것 같다’는 자조적인 얘기까지 심심찮게 돌고 있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이땅에 새로운 언론 매체가 등장했다. 인터넷 시장의 폭발적 확장에 힘입은 이른바 온라인 언론매체 말이다. 인터넷 검색 포털이 그 모습을 세상에 드러낸 시절도 그 즈음이다. 당시만해도 기라성 같은 언론사들은 그들의 존재를 애써 무시했다.

막강한 오프라인의 힘을 가졌기에 분사 형태로 설립한 자체 온라인 인터넷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을 제압할 수 있다는 자만심이 충만하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헐값으로 기사를 넘겨주는 등 통 큰 선배의 아량을 앞 다퉈 보여주기 까지 했다.

그런데 지난해 모 언론 재단에서 발표한 자료는 충격적이다. 한 대형 포털 사이트가 영향력과 신뢰도에서 1등 신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신문의 정기 구독률이 10년 동안 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그 포털 사이트 회사의 매출액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했다. 5년 후, 이 땅의 언론 판도가 어떻게 변해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