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펀드결산)②웃은 펀드가 없다

by김유정 기자
2008.12.18 10:40:00

국내주식펀드 평균손실 40%..해외는 -48%
`업종대표 프리미엄`삼성그룹주펀드 선전
러시아·동유럽 고전..환노출형은 수혜 누려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올해 펀드에 투자했다면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다. 어떤 펀드가 급락장에 선방해 손실이 적은지가 관심이 될 정도다.
 
부동산펀드의 경우 시장침체로 인해 만기에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일부 파생상품펀드의 경우 원금을 모두 까먹은 `깡통펀드`까지 등장했다. 
 
특히 해외주식펀드에 2008년은 잔인한 시간이었다. 유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 들이 무너지는가 하면 베트남 등 일부 신흥시장은 외환위기설이 나오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러시아의 전쟁, 동유럽의 국가부도위기까지 국제 사회의 침통한 소식들이 해외펀드를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채권펀드들도 편입한 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올한해 국내외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증시조정의 영향을 받으며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을 웃게 해준 펀드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울상을 지었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대비 40%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도 평균 40.56%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가운데 `삼성그룹주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장 선방한 펀드로 이름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한국펀드평가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상위 15개 펀드 중 한국투신운용의 `한국투자삼성그룹주식형`이 클래스별 10개가 모두 이름을 올렸다. 펀드수익률이 30% 수준의 손실을 보였지만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낙폭보다는 10%포인트 정도 양호한 성적을 보였다.
 
삼성그룹주펀드는 삼성그룹 계열사로만 구성, 수출관련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의 수혜까지 더해 수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백재열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삼성그룹주펀드 역시 거시경제의 부정적 영향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업종대표주로 경쟁업체 대비 방어력이 높고, 풍부한 유동성 보유 등에 따른 점이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백 팀장은 "경기회복 초기에는 특히 업종대표주가 시장 대비 양호한 성과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시장 회복기에도 양호한 성과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한해 국내주식펀드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펀드는 우리CS자산운용의 `프런티어장기배당주식1`(-28.47%)이다. 이 펀드는 지난 2003년에 설정됐고, 현재도 판매중이다. 최근 3년 수익률은 -1.36%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포트폴리오 기준 전기전자업종에 21%, 운수장비에 11%, 서비스업종에 10% 정도 투자하고 있다.

반면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인 상품도 우리CS운용의 상품으로 조사됐다. `우리CS 프런티어우량주식`이 50%가 넘는 손실을 보이며 클래스별로 4개나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펀드는 주식 편입비율이 60% 이상인 성장형 펀드로, 시가총액 상위 50위 이내 우량기업 중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에 균등하게 분할해 투자하는 상품이다. 11월말 기준 삼성전자에 15% 가까이 투자했고, 포스코, 현대모비스, 대한제강 등에 집중 투자했다.

이밖에 하이자산운용의 `지주회사플러스주식`(-49.33%)이 최하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 눈길을 끈다. 이 펀드는 작년 `지주회사`라는 테마와 함께 설정과 동시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며 6개월만에 수익률 70%를 달성하기도 했다.

올해 지주회사 혹은 준(準)지주회사격 기업들의 주가가 약세를 이어갔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여파로 인한 금융회사들의 부실과 그에 따른 자금경색이 지주회사 테마군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2008년 12월15일 기준
설정액 50억원 이상, 연초이전 설정펀드 대상
주가연계펀드(ETF)는 제외
점선 기준 위는 상위 10개 펀드, 아래는 하위 10개 펀드
자료:한국펀드평가



해외 주식형펀드는 국내보다 더욱 부진한 성적을 보였다. 연초대비 평균 47.80%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주식형펀드중 일본주식에 집중투자하는 상품들이 그나마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엔화 강세 여파로 환노출형 펀드의 경우 짭짤한 환차익이 가능해 증시하락에 따른 펀드수익률 방어에 도움을 줬다.
 
삼성투신운용의 `당신을위한 N재팬주식`펀드는 -7%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해외펀드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나타냈다. `프랭클린템플턴 재팬플러스주식`(-10.09%)도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홍의석 삼성투신운용 해외투자팀 수석매니저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에서 디커플링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던 이머징 주식시장이 선진국 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상대적으로 일본 주식시장이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이머징 시장 대비 선방했다"고 말했다.



홍 매니저는 "`당신을위한 N재팬주식`펀드는 7월부터 글로벌 경기 침체를 반영해 기존의 수출관련주 및 원자재 관련 기업 비중을 축소하고 통신, 전력 등 방어적인 업종 비중을 늘리며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고 운용방침을 설명했다.

그는 "환노출형의 경우 엔화가 주요국 통화 대비 강세를 보임에 따라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환차익으로 인해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펀드는 무려 80% 넘는 손실을 기록하며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러시아는 최근 몇년간 8% 수준의 고속 성장을 기록한데다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한 자원부국으로도 좋은 투자처로 관심을 모아왔다.
 
하지만 지난 8월 그루지야 사태에 이어 글로벌 금융위에 따른 외국자본의 유출이 본격화되면서 주가와 통화가치가 급락했고, 국제적 신용평가기관의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까지 이어지며 펀드 수익률이 고꾸라졌다.

JP모간자산운용의 `러시아주식`펀드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러시아업종대표주식`, 우리CS자산운용의 `러시아익스플로러주식` 등의 성과가 부진했다.

헝가리와 우크라이나, 폴라드 등 동유럽이 국가 부도 공포에 휩싸이는 속에서 동유럽펀드의 성과도 부진했다.
2008년 12월15일 기준
설정액 50억원 이상, 연초이전 설정펀드 대상
주가연계펀드(ETF)는 제외
점선 기준 위는 상위 10개 펀드, 아래는 하위 10개 펀드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인해 부동산펀드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만기일이 다가와도 빌딩을 팔지못해 원금 상환이 미뤄지거나 아파트 미분양 등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동산펀드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대와이즈자산운용의 `현대부동산경매1호`펀드는 부동산경매에 투자해 수익금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실물 매각 시점이 올해 집중적으로 돌아왔지만 건물을 팔지못해 현금화를 하지 못했고, 이에 따라 상환을 부득이하게 연기했다.

KB금융의 자회사인 KB자산운용의 `KB웰리안부동산8` 펀드는 부동산 사업비가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등 반기 배당금을 제외하고는 만기시 최초 원금의 80%밖에 지급하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이에 따라 펀드 판매사와 투자자들이 운용상의 문제점을 들어 갈등을 빚기도 했다.

작년 활황장에서 고수익을 달성하는 주식펀드에 가려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채권형펀드들은 급락장에서도 그다지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일부 채권펀드들은 편입한 회사채에 문제가 발생해 곤욕을 겪기도 했다. 

회사채펀드 비과세 혜택 등 정부의 정책 지원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문제 등이 해소되지 않아 회사채펀드로는 여전히 자금이 모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건설회사 채권을 담은 펀드가 환매중단 사태를 빚는가 하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편입한 채권펀드들에는 대량 환매가 몰리기도 했다.

정부가 `회사채에 60% 이상 투자하는 회사채펀드에 대해 1인당 3000만원까지 3년간 배당소득을 비과세한다`는 지원책을 내놓음에 따라 하나UBS자산운용과 한국투신운용, 푸르덴셜자산운용 등이 서둘러 회사채펀드를 출시했다.

하지만, 설정액이 1억원이 채 미치지 못하는 상품이 있는 등 투자자들의 관심에서는 다소 먼 모습이다.

신성건설이 회생절차를 신청, 법정관리에 들어감에 따라 도이치투신운용이 운용중인 펀드는 부실자산 발생을 사유로 환매를 중단했다. 앞서 한국투신운용과 한화투신운용 등은 LCD부품업체 우용의 기업어음(CP)을 분리과세 고수익고위험펀드에 편입했다 손실을 크게 입기도 했다.
 
이밖에 플러스자산운용과 알파에셋자산운용 등은 ABCP를 편입한 펀드에 최근 환매가 몰리면서 해당 펀드에 대해 환매 연기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