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있는 선물옵션)변동성이 뭐길래..

by서동필 기자
2006.01.09 12:25:00

[이데일리 서동필 칼럼니스트] 필자도 매일 글을 통해서 투자자들과 만나는 일을 하지만 가끔씩 정말 할 이야기가 없을 때가 있다. 내게 돈을 주고 매매를 하라고 하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주식시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전략일 수 있겠지만 선물·옵션은 모든 구간에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반드시 미덕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을 제시하고 전략도 언급한다. 언제나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필자인 본인이 투자자라면 하는 생각으로 글을 쓴다. 그래서 때로는 다른 이들의 글을 읽을 때도 가끔씩 있는데 그럴 때마다 해석하기 애매모호한 부분이 있다.

다름아닌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라`는 류의 화두이다.

주식시황에서 `변동성 확대에 주의하라`는 말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선물·옵션과는 접근방식이 달라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증이 생긴다.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변동성=위험`이라는 차원에서 주식을 팔라는 것인지, 아니면 수익률의 등락폭이 크니까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불안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통상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는 결론을 짓지 못하고 막연하게 변동성이 확대될 테니 주의하라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만다.

더욱이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특정 이벤트를 앞두고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그 특정 이벤트가 일시적인 것이라면 변동성 확대는 큰 의미가 없다. 주식시장에서 말하는 변동성 확대는 주식을 사지는 말아라 정도로 귀엽게 받아주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그러나 선물·옵션 시장에서의 변동성 확대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를 뜻한다. 변동성이 커진다는 것은 기초자산 가격이나 선물·옵션가격의 변화폭이 커짐을 의미한다. 큰 조정이 발생하든 큰 상승이 나타나든 변동성은 커지게 된다. 변화하는 방향성만 맞추면 수익이 커진다.

선물은 변동성이 클 때 방향을 잘 예측하면 조정시에도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방향을 잘 맞춰야 한다는 대전제가 필요하며 이는 투자자에게 있어서는 언제나 풀리지 않는 숙제와 같다. 결국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라`는 말은 다소 책임회피성 발언과 같다.



옵션시장에서 말하는 변동성은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변동성이라는 변수가 직접적으로 수익을 관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옵션의 변동성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역사적 변동성과 내재 변동성이다. 역사적 변동성은 일정기간 동안의 기초자산 수익률의 표준편차를 의미한다. 내재 변동성은 거래되고 있는 옵션의 가격을 설명하는 변동성이다.

옵션의 이론가를 구할 때는 역사적 변동성(Historical Volatility)을 이용해 구한다. 그러나 옵션의 이론가와 시장가격은 다르다. 이 때 옵션의 시장가격을 결정하는 변동성이 얼마인지를 구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내재 변동성(Implied Volatility)이라고 한다. 옵션시장에서 변동성을 이야기 할 때는 주로 후자인 내재 변동성을 의미한다.

변동성이 커지면 옵션의 가격은 오르게 된다. 일례로 변동성을 제외한 모든 조건이 똑같다는 가정하에 만기가 24일 남은 상황에서 지수가 175P이고 행사가격이 175P인 같은 가격의 이론가격을 구해보면 (역사적) 변동성이 20%일 때 콜가격과 풋옵션가격은 각각 3.81과 3.35이다.

반면 변동성이 25%인 경우 콜과 풋옵션가격은 각각 4.71과 4.24가 된다. 변동성이 5%P 변함에 따라 옵션가격의 차이가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만일 지수가 175P일 때 행사가격 175P가 3.81 아닌 4.00에서 거래가 됐다면 변동성은 20%가 아닌 21.04%가 된다. 여기서 21.04%가 역사적 내재 변동성이 되는 것이고 20%가 역사적 변동성이 되는 것이다.

옵션에서는 `변동성 확대가 예상돼 양매수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멘트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왜 변동성 확대시에는 양매수 전략이 좋다는 것일까?

아주 간단한 질문이지만 종종 답은 요지를 벗어나는 경우가 있다. 양매수 전략은 일반적으로 콜옵션과 풋옵션 등가격(ATM)을 동시에 매수하거나 ATM에서 같은 거리에 있는 외가격(OTM)을 매수하게 된다.

양매수 전략을 그려보면 `V`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때 콜옵션과 풋옵션을 같은 비율로 매수한다. 만일 다른 비율로 매수를 하게 된다면 이때부터는 변동성 매매가 아니라 오히려 방향성 매매에 가깝게 된다. 콜옵션 매수 비중을 늘리게 되면 상승세에 무게를 두는 것이고 풋옵션 매수 비중을 늘리면 조정에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만일 동일한 비중으로 매수를 행했다면 지수가 오르거나 내릴 경우 한쪽에서는 이익이 생기지만 다른 쪽에서는 손실을 보게 된다. 그렇다면 왜 변동성이 커질 때 양매수가 유리할까?

이는 변동성이 옵션의 가격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지수가 빠지더라도 변동성이 높게 되면 풋옵션 가격은 더 오르고 콜옵션 가격은 덜 빠지게 돼 콜옵션과 풋옵션을 모두 매수한 투자자는 이익을 보게 된다. 이 때문에 변동성이 커지면 양매수 전략이 유리하다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옵션시장에서의 변동성 변화는 구체적인 매매전략을 언급할 수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의 변동성은 추상적인 면이 많아 옵션시장에서 접하는 변동성과는 본질이 다름을 인지하고 매매에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