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초급간부 이탈 문제, 국방장관이 자리 걸고 해결해야
by최은영 기자
2024.12.04 05:00:00
[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현재 한국군은 일반 국민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의 본질은 초급간부 양병(養兵)의 실패다.
초급간부 충원에 적신호가 들어온 지 오래다. 계속 추락하던 학생군사교육단(ROTC)지원율이 소폭 반등했지만 전반적인 하락 경향은 잡지 못할 것 같다. 108개 운용대학 가운데 절반 가량이 정원 미달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사관의 이탈이다. 작년 부사관 충원율은 계획 대비 육군 45.8%, 해군 60.7%, 해병대 56.3%에 불과했다. 육군의 경우 지난 9월 현재 부사관 전역자는 3170명인데 충원은 1280명에 그쳤다. 올해 8월 기준은 전역을 신청한 중·상사만 1204명이다. 장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관학교 출신 대위 장교들의 상당수가 5년 차 중도 전역을 신청하고 있다. 작년과 비교할 때 육군과 해군은 거의 두 배, 공군은 3.8배 증가했다. 장기복무 장교들의 전역 신청도 매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해군에서는 지난 5년간 700여 명의 간부가 해경으로 자리를 옮겼다. 군무원 상황도 마찬가지다. 임용 후 3년내 퇴직자 40%를 넘긴지 오래다. 신규 충원보다 퇴직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이러고도 군 조직이 유지될 수 있을까 걱정이다. 초급간부층의 붕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태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기본적 문제는 급여가 너무 낮고 근무환경 또한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병들의 봉급을 대폭 인상하면서 병장 월급이 곧 하사를 추월할 정도가 됐다. 국방부에서 일반전초(GOP)에 근무하는 하사의 경우 연봉이 6000만원에 이를 거라고 장밋빛 전망을 그리지만 현실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곰팡이 피는 관사에서 생활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간부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적절한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간부의 이탈 도미노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심각한 것은 내년에도 이런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내년 국방예산에 대한 기재부의 조정안에 따르면 복지 관련 증액분이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상대적 박탈감의 원흉인 당직근무비에서부터 단기복무장려금, 간부훈련급식비, 이사화물비, 주거환경개선비, 주택수당 모두 동결되거나 감액됐다. 그리 많은 금액도 아니지만 그마저 반영되지 못했다. 지난 10월 국회 국방위 심의과정에 당직근무비를 평일 5만원, 휴일 10만원으로 대폭 증액하기로 결정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감액 예산액이 예산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된 상황이다. 며칠간의 말미가 주어졌다고 하지만 여야 합의과정에서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
사실 이러한 식의 과정은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얼마 전에도 국방부는 부사관 급여를 6.6% 인상하고 초과근무를 200시간까지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기재부의 예산 조정과정이나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삭감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국방부에서는 기재부를 탓할 수 있지만 국가 전체 예산을 관리하는 입장에서 올려달라고 다 올려줄 수 없는 노릇이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복지예산의 요구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일상적 삶과 직접 연관된 부분이 예산집행의 우선권을 갖게 마련이다. 한국의 안보환경을 고려할 때 국방예산이 늘어나야 한다고 믿고 있지만 재정 당국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국방예산의 규모를 필요한 만큼 늘릴 수 없는 현실을 인식한다면 양병을 책임진 국방부 당국자들의 태도는 달라져야 한다. 기재부만 탓한다고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국방예산 안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런 점에서 국방부장관의 역할이 크다. 장관이 과감히 결단을 내린다면 초급간부들의 처우를 대폭 개선할 수 있는 예산편성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이것저것 다 하면서 복지 예산을 늘릴 수 없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면서 초급간부 복지 확대를 위한 예산을 집중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일괄적으로 5~10%의 예산을 줄여서라도 초급간부들의 급여 인상과 후생 복지에 예산을 확보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국방부장관을 비롯한 당국자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이 문제를 보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정말 절박하다면 장관의 자리를 걸고서라도 이 일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초급간부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된 2018년 이후 말들은 많았지만 초급간부들의 이탈에 제동을 걸만한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내지는 못했다. 초급간부 문제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장관이 자신의 직(職)을 걸고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결의와 실천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