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14.03.25 10:51:46
도요타-신일본제철, 폭스바겐-포스코 수익 앞질러
게임업계도 강호온라인 약진..전기는 격차 여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일본 주력 기업들의 수익성이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두드러지고 있다. 도요타자동차가 독일 폭스바겐을 앞지르고, 신일본제출이 우리나라의 포스코(005490)에 역전하는 등 아베노믹스(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부양책)의 약발이 먹혀들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주요 업종을 대상으로 일본과 글로벌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을 비교한 결과, 자동차와 철강 등에서 일본 대표 기업들이 우위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에서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 회복이 가장 돋보인 산업은 자동차였다. 일본 1위 기업인 도요타는 2조5300억엔(약 26조6500억원)의 세전 이익을 올려 1조1457억엔인 독일 폭스바겐을 2배 이상 따돌렸다. 특히 폭스바겐은 이익이 전년대비 26%나 줄어든 반면 도요타는 80%나 급증했다.
도요타는 금융위기 이후 과감한 비용 절감 노력을 지속하는 동시에 자국내 공장 손익을 매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등 구조 개혁을 통해 이익 창출 능력을 높였다.
3위인 독일 BMW의 순이익은 1% 늘어난 1조256억엔에 그쳤고, 한국의 현대자동차(005380)는 2% 줄어든 7979억엔을 기록한 반면 지난 2012년도에 7위에 머물렀던 혼다자동차는 7550억엔의 순이익으로 5위를 기록해 현대차를 바짝 따라 잡았다. 순이익 증가율도 54%에 이르렀다.
이밖에 후지중공업은 17위에서 13위로, 마쓰다자동차도 25위에서 20위로 올라서는 등 선전했다. 마쓰다는 국내에서 고용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이며 수출 비중을 70% 이상으로 높게 가져간 덕에 상대적으로 엔화 약세 효과를 더 누린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업계에서도 일본 기업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3400억엔의 경상이익을 올린 신일본제출이 포스코(1896억엔)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특히 신일본제출은 자동차용이나 동일본 대지진 복구 수요 등으로 수혜를 본데다 합병 효과로 원가 경쟁력도 높아진 덕에 이익이 무려 4.4배가 급증했다. 또 자동차용 강판을 중심으로 고급강에 주력한 전략도 마진 개선으로 이어졌다.
2012년에 5위에 머물렀던 JFE홀딩스도 전년도의 3.3배에 이르는 1700억엔의 이익을 올렸고, 고베제강소는 700억엔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9위에서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게임산업도 새롭게 힘을 얻는 업종으로 주목받고 있다. 퍼즐 게임인 ‘퍼즐 앤 드래곤즈’로 세계적 히트를 기록한 강호-온라인 엔터테인먼트는 이익이 10배 가까이 급증한 901억엔에 이르러 1288억엔의 흑자를 기록한 미국 일렉트로닉 아츠(EA)를 추격했다. 강호는 독자적인 전자결제 노하우를 활용해 전용 게임기나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에서 수익을 높인 것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다만 전자업종은 일본 기업들과 세계적 기업들 간 격차가 더 벌어져 향후 개선 여지가 큰 것으로 지목됐다.
세계 1위를 차지한 삼성전자(005930)가 3조33761억엔으로 전년대비 31%의 성장세를 보였고,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가 각각 2~3위 자리를 유지했다. 일본 히타치는 4450억엔으로 4위를 그대로 지켰다. 다만 히타치는 순이익이 29% 증가했다.
그밖에 미쓰비시전기는 이익이 3.4배 늘어난 2200억엔을 기록했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는 올해에 엔저에 따른 효과가 작년보다 크게 줄어드는데다 소비세율 인상으로 인해 소비도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지속적인 구조 개혁 없이는 일본 기업들이 이같은 수익 개선 효과를 계속 누리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