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 골드만삭스 vs `범생` 모간스탠리..`비교되네`

by김기훈 기자
2011.01.21 10:22:24

골드만삭스, 실적 부진 속 "보너스는 주겠다"
모간스탠리, 실적 호조에도 보너스 지급 연기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월가 투자은행의 양대 산맥인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얌체`와 `모범생`으로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뛰어난 실적을 기록한 것도 모자라 직원 보너스까지 지급 연기하겠다고 밝혀 여론의 지지를 받는 반면, 골드만삭스는 `반 토막` 실적 속에서도 보너스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대조를 이룬다.

19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는 작년 4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순이익이 23억9000만달러(주당 3.79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의 49억5000만달러(주당 8.20달러)보다 52% 감소했다고 밝혔다. 매출도 86억4000만달러로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에 반해 하루 뒤 실적을 공개한 모간스탠리는 `우월한` 모습을 보여줬다. 모간스탠리의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은 8억3600만달러(주당 41센트)로 전년 동기에 기록했던 6억1700만달러(주당 29센트)를 크게 웃돌았다. 매출액 역시 같은 기간 14% 늘어난 78억달러로, 월가 예상치를 상회했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 모두 채권 거래 매출 부진은 비슷했지만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투자은행(IB) 부문의 실적 격차가 둘의 운명을 갈라놨다.

모간스탠리는 브로커리지 부문에서 6억61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골드만삭스를 앞섰다. IB부문 매출 역시 15억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모간스탠리는 IB부문에서 지난 3년간 2차례나 최대 경쟁사인 골드만삭스의 실적을 제쳤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눈치없게도 부진한 실적과 함께 `독불장군`식의 직원 보상 계획을 내놨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급여 보상과 보너스 등의 명목으로 매출의 39%에 해당하는 154억달러를 따로 챙겨뒀다. 현재 3만5700명에 달하는 직원 수를 감안하면 1인당 평균 43만1000달러가 지급된다.

이는 1년 전 당시 3만2500명에게 지불한 평균 49만8200달러보다 14%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당시 매출 대비 비중이 36%에 달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오히려 실제 보너스 지급 계획은 확대된 셈.

이는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보너스 지급 계획을 제한하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역
행하는 것. 쪽박은 차더라도 제 식구 챙기기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특히 골드만삭스는 금융위기 당시 미 정부로부터 1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의 사례로 지탄을 받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이 같은 사회적 여론을 의식한 듯 실적 호조에도 불구, 직원들에 주기로 했던 보너스 중 60%를 지급 연기하겠다고 밝혀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경영진 외에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보너스 지급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모간스탠리는 급여와 보너스, 각종 수당 등의 명목으로 총 160억달러를 직원 보상에 쓰기로 계획했었다.

블룸버그는 지급 연기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모간스탠리가 미 금융감독당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보너스 지급 규제 시행에 앞서 선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금융권 보너스의 40~60%를 3~5년 동안 지급 유예할 것을 요구하는 지침을 내놓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