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수연 기자
2010.01.08 10:16:52
올 10월 행장임기 지키겠다는 의지 보여
[이데일리 김수연기자] 강정원 KB금융(105560)지주 회장대행 겸 국민은행장이 지주 사장을 전격 해임하는 강수를 뒀다. 전 황영기 회장이 떠나고 대행으로 취임한 직후 지주 임원 물갈이를 실시할 때도 건드리지 않았던 자리다.
금융권에서는 이같은 인사가 향후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한 `강정원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 대행이 최근 눈엣가시 같았던 김중회 사장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비록 회장 내정자직은 사퇴했지만 회장 대행 자격으로 주어진 권한을 아낌없이 행사했다. 국민은행 등 계열사 임원 인사를 앞두고서다. 김 사장과 상의 없이 전권을 행사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황영기 전 회장이 물러난 이후 김중회 사장과 강 대행은 긴장관계를 유지해 왔다. 김 사장은 KB금융지주 사외이사 제도의 문제점을 계속 비판했고, 회장 공모 절차를 서둘러 진행하는데 대해서도 반발했다. 이렇게 이사회가 열릴 때마다 강 행장 및 사외이사들과는 다른 편에 서서 표를 던졌다.
그러나 김 사장은 여전히 KB금융지주 이사회 멤버다. 사장은 임명직이어서 해임할 수 있지만 이사는 그렇지 않다. 해임을 위해서는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고, 이어 주총에서 승인받아야 한다. 때문에 적어도 주총이 열릴 3월까지는 이사회에서 `강정원이사`와 `김중회이사`간의 긴장관계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강정원 대행은 또 회장 내정자직 사퇴 전 원래 준비했던 대로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당장 8일 국민은행 부행장 등 임원급을 시작으로 부점장, 팀장 팀원급 인사가 순차적으로 실시된다. 또 각 계열사 임원급에 대한 인사도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측은 "연초 인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영업에도 차질이 생긴다"며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강 회장 대행은 회장 내정자직 사퇴 직후 “앞으로 주어진 기간 동안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었다.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해석이 분분했고, 강 대행은 되묻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정대로 인사가 실시됨에 따라 은행장 임기를 지키겠다는 뜻에 가까워지고 있다.
은행장 임기는 올 10월 말까지다. 다른 금융지주사들과 달리 KB금융지주는 은행 비중이 90%를 넘어 절대적이다. 황영기 전 회장이 지주사를 경영하며 뜻을 제대로 펼쳐볼 기회를 잡지 못했던 것도 이같은 구조 때문이다.
결국 강 회장 대행은 임기까지 은행장직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근 1년간 KB금융지주 1인자 자리를 놓지 않게 된다.
또 현재 정황상 3월 주총 전까지 재공모 절차가 진행돼 차기 회장이 선임될 가능성은 낮다. 이는 곧 강 대행 체제가 상당기간, 적어도 한분기 이상 지속되리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공모가 다시 진행될 경우 재차 도전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이런 상황을 두고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회장 내정자직에서 사퇴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이달중순부터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 대한 강도높은 종합검사를 벌일 예정이어서 강 행장이 은행장 임기를 채우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강 행장과 금융당국간 긴장 수위가 다시 증폭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