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시달리는 지구촌…“올해 최고 더운 여름 될듯”

by방성훈 기자
2023.07.19 10:04:39

美애리조나 19일 연속 43℃ 웃돌아…"역대 최장 기간"
유럽도 이탈리아·스페인 등 남부서 폭염 경보 잇따라
중동선 열지수 152도…"인체 견딜수 있는 최고치"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전 세계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선 폭염 경보가 잇따르고 있으며, 중동에선 인체가 견딜 수 있는 최고 수준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태가 지속되면 올해 가장 더운 여름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포폴로 광장에서 한 남자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분수대에 머리를 집어 넣고 있다. (사진=AFP)


1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스카이하버 국제공항에서는 이날 정오 기온이 43℃를 넘어섰고, 오후 2시엔 47℃까지 치솟았다. 한낮 최고 기온이 19일 연속 43℃를 웃돌면서 1974년(18일 연속) 기록한 사상 최장 기간을 50여년 만에 다시 쓴 것이다. 하루 최저 기온이 32℃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날도 연속 8일 계속되며 역대 최장기 열대야 기록도 갈아치웠다. 미 국립기상청(NWS)은 피닉스에서 46℃ 이상의 기온이 최소 다음주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WP는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 플로리다에 이르는 미국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약 5800만명이 이번 주에 세 자릿수(화씨 기준) 기온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피닉시 도심에선 길바닥에서 잠을 자다가 2도 화상을 입는 노숙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럽도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유럽연합(EU) 비상대응 조정센터는 이날 이탈리아, 스페인 북동부,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보스니하 헤르체고비나 남부, 몬테네그로 등에 폭염 적색 경보를 발령했다. 특히 이탈리아는 거의 모든 도시에 적색 경보가 내려졌다. 외신들은 남유럽을 찾은 관광객들이 폭염으로 쓰러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예정보다 일찍 귀국하는 여행자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와 스페인에선 폭염이 산불로 이어져 인근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유럽의 이번 주 최고기온이 역대 최고치(2021년 8월 시칠리아 플로리디아 마을 48.8℃)에 근접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폭염에 따른 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유럽에선 지난해 6만 1000명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동과 중국 등지에서도 기온이 치솟고 있다. WP에 따르면 중동의 열 지수(heat index)가 이날 152도에 달했다. 신문은 “최고치가 약 136도로 설계됐는데 이를 한참 웃돌았다”면서 “인체가 견딜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에 근접하거나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동 지역은 습도까지 높아 더욱 위험하다는 진단이다. 중국에선 북서부에서 최고 기온이 52.2℃까지 치솟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을 기록한 만큼, 이번 달에도 기록적인 기온이 계속되면 역대 최고로 더운 여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미국 몬태나주 주립대학의 캐스캐이드 투폴스케 조교수는 “올해 여름이 가장 덥고 가장 위험한 여름이 아닐수도 있겠지만, 가장 더운 여름 중 하나라는 것은 입증되고 있다. 우리는 극한 기온이 사람들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도 “극단적인 기후가 인간의 건강과 생태계, 경제와 농업, 에너지, 물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심각하게 줄여야 하는 시급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