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공영방송 근거인 방문진, 금융상품 이자로 운영..‘공·민영’ 자리찾기 시급

by김현아 기자
2017.10.28 12:45:23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MBC는 KBS와 함께 공영방송으로 분류되나 정확히는 이중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MBC 사장을 뽑는 이사회는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이고, 방문진 이사들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여야 정치권 추천을 받아 임명한다. 하지만 MBC는 수신료 수입이 있는 KBS와 달리, SBS처럼 광고나 협찬 등으로 재원을 마련한다. 방송법상 의무재송신 채널도 KBS1과 EBS만 돼 있다.

즉 지배구조는 공영방송에, 사업구조는 민영방송에 가까운 것이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방문진은 MBC의 대주주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명의 보궐이사를 선임하면서 방문진의 여야 추천 이사 비율은 기존 3대6에서 5대4로 역전된 상태다. 이에 방문진 이사진은 11월 2일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을 이사회에 상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고 이사장은 이사장직에서 해임되더라도 이사직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27일 국감에서 “MBC는 공영방송이죠?”라는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공영방송이라는 정의가 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유 의원이 “그러면 MBC는 뭐냐”고 다시 묻자, 그는“MBC는 주식회사다”라고대답했다.

고 이사장의 국감 발언 태도가 지나치게 당당하다는 비판과 별개로, 공영방송의 정의와 MBC의 분류 문제가 오랜 기간동안 방송계에서 논란이 됐던 건 사실이다. 현재는 KBS·MBC를 공영방송으로 보는데, 공영방송은 공영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고 SBS나 jtbc 등 종편들은 민영 방송으로서 서로 공정 경쟁을 통해 성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YTN 등 정부 출자기관이 대주주인 방송사의 공·민영 자리 찾기 논의도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MBC를 공영방송으로 보는 근거가 되는 방문진이 MBC로부터 받는 출연금보다 금융상품 이자로 운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서는 방문진 이사 선임 구조는 물론,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송파을)이 방문진에게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방송문화진흥회가 주요 수입원인 MBC 출연금 급감으로 경영위기를 겪으면서 금융권 이자수익으로 버티고 있다.

2014년부터 방문진의 수입금에서 MBC 출연금보다 이자수익 등으로 이뤄진 운영수익이 더 많이 차지하고 있었다.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3조제2항에서는 “진흥회가 최다출자자인 방송사업자는 해당 연도 결산상 영업이익의 100분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금으로 출연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MBC가 방문진에 매년 영업이익의 15%를 출연하도록 한 것이다. 방문진 설립 이후 방문진 운영 재원의 대부분은 MBC 출연금이 차지했다.

하지만 2013년부터 MBC의 출연금은 급감했다. 2012년 130억6400만원이던 출연금은 2013년 26억8600만원으로 5분의 1로 줄었다. 2014년 28억4000만원이었다가, 2015년에는 아예 0원이었다. 2014년에 MBC가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016년 MBC 출연금은 20억1000만원, 2017년에는 3억8400만원에 불과했고, 올해 MBC의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2018년에는 0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2013년부터 MBC 출연금이 급감한 것은 2012년 170일 파업의 여파가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2014년 MBC 적자로 인한 출연금 0원 등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MBC 자체 경쟁력이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방문진의 경영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그나마 방문진이 연명할 수 있도록 ‘호흡기’ 역할을 한 것은 방문진이 금융권을 통해 운용한 각종 금융상품의 수익이었다.

방문진은 2016년 연말 기준으로 9개 금융기관에 총 798억8000만원을 분산해 운용하고 있다.

삼성증권 376억원, 기업은행 162억원, 교보증권 80억원, 신한금융투자 55억원, 수협은행 50억원, 우리은행 30억원, SK증권 25억원, NH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각각 10억원 등이다.

각종 채권, 펀드, ELB(파생결합사채), 신탁 상품 등으로 이뤄진 자산운용을 통해 방문진은 적게는 22억9400만원, 많게는 54억85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률로 따지면 가장 높았던 2012년에는 8.2%였고, 가장 낮았던 2013년에는 2.85% 수준이었다. 방문진의 출연금이 한 푼도 들어오지 않았던 2015년에도 39억1600만원의 운영수익으로 그나마 14억원 적자에 그쳤다.

금융상품 운용을 통한 수익이 비교적 높은 수준이어서 그럭저럭 방문진은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이 줄어들거나 원금에까지 손실을 보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방문진은 적자 운영을 면할 수 없게 되고, 지금까지 해왔던 사업을 정리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MBC를 정상화시키더라도 지상파의 영향력이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축소된 상황에서 MBC의 출연금이 갑자기 늘어나기도 어려워졌다.

MBC와 함께 덩달아 망가진 방문진을 예전처럼 공익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시 살리려 해도, 물적 토대가 사라져버리게 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최명길 의원은 “결국 이명박, 박근혜 정부 동안 MBC 장악에 부화뇌동한 경영진이 해고, 정직, 부당전보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일상적으로 자행하며 조직을 망가뜨리고, 그런 MBC가 방송의 경쟁력은 상실한 채 불공정편파방송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면서, MBC는 물론 방문진까지 경영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MBC를 망가트린 경영진은 감싸고, MBC 정상화 요구에는 귀를 닫은 방문진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9년 동안 방문진이 권력에 얼마나 취약하며 유명무실할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며 “이참에 방문진 이사 선임 구조뿐만 아니라 방문진의 역할과 사업범위, 운영 예산 수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그에 따른 안정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