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순용 기자
2016.03.14 09:22:23
혼자 살면 함께 사는 사람보다 고용 변환에 더 취약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정규직 근로자가 ‘백수’ 되면 우울증 위험이 두 배 가까이 높아진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이와 함께 고용 형태의 변화가 남성 가구주에겐 우울증 발생 위험을 최고 2.7배까지 높이는 반면 비가구주 여성에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연세대 보건대학원 박소희 교수팀이 정부의 한국복지패널조사(2008∼2011년)에 응한 7368명을 대상으로 고용상태 변화와 우울증의 상관성을 살펴본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의학저널’(BMJ) 최근호에 소개됐다.
박 교수팀은 정규직 지위를 계속 유지(정규직→정규직)하고 있는 직장인의 우울증 발생 위험을 기준으로 해 고용 형태의 변화가 우울증 발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지를 조사했다. 정년 퇴직ㆍ해고 등 정규직에서 실업으로 바뀐 사람의 우울증 발생 위험이 1.78배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비정규직→실업(1.65배), 비정규직→비정규직(1.54배), 정규직→비정규직(1.46배), 실업→비정규직(1.34배) 순서였다. 고용 형태가 비정규직→정규직, 실업→정규직으로 바뀐 사람의 우울증 위험은 정규직 유지한 사람과 차이가 없었다.
박 교수팀은 논문에서 “비정규직(precarious employment)은 특정 기간 내에 회사를 떠나기로 돼 있는 상태, 즉 임시직ㆍ파트타임ㆍ간접고용 등을 가리킨다”며 “구직 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 직업이 없으면 모두 실업으로 간주했다”고 기술했다.
이 연구에선 또 성ㆍ거주 지역ㆍ교육 수준ㆍ결혼 여부ㆍ경제적 능력ㆍ가구주 여부ㆍ자신이 평가하는 건강 상태 등이 고용 형태 변환 뒤의 우울증 위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고용 형태가 바뀐 뒤의 우울증 발생 위험은 여성이 남성의 1.83배였다. 이는 여성이 심리적으로 더 예민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또 대도시에 살수록(서울 시민이 농촌 지역 거주자의 1.29배), 학력이 낮을수록(초등 학력자가 대졸자의 1.25배), 홀로 살수록(기혼 대비 사별 1.71배, 이혼 1.31배, 독신 1.28배), 소득이 낮을수록(소득 수준을 4단계로 나눴을 때 최하위가 최상위 계층의 2.24배) 고용 형태 변환 뒤 우울증을 더 많이 경험했다.
‘스스로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현재 흡연자의 고용 형태 변환 뒤 우울증 위험은 ‘매우 건강하다’는 여기는 사람과 비(非)흡연자 대비 각각 3.6배ㆍ1.37배 높았다.
박 교수팀은 논문에서 “비(非)가구주 여성의 우울증 위험은 고용 형태의 변화에 특별한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이는 여성의 경력 단절이 잦은 우리나라의 특수 상황에 기인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