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벌어지는 삼성·LG의 TV사업전략, 최후 승자는?

by류성 기자
2013.01.08 10:57:17

삼성전자, 울트라 HD 및 스마트TV 집중 강조
LG전자, OLED TV로 세계 시장 제패 노려

[이데일리 류성 선임기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대 울트라 HD TV’.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8일(현지시각)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 참가한 국내 전자업계의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전시전략이 대조를 보이고 있다. LG전자(066570)는 OLED TV를, 삼성전자(005930)는 울트라 HDTV 및 스마트 TV를 각각 선봉에 내세우며 주력으로 밀고 있다.

세계적 가전전시회인 CES는 각 제조 업체들이 자사의 향후 주요 제품 전략을 대내외에 공표하는 자리이기에 앞으로 두 업체간 TV 사업전략이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 TV는 LCD와 달리 백라이트 없이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유기발광 다이오드여서 LCD TV보다 반응속도가 1,000배 이상 빠르고, 가볍고, 얇은 차세대TV다. 울트라 HD TV는 풀 HD보다 화소수가 4배가 많아 훨씬 선명한 화질이 구현되는 초고화질, 고해상도 TV다.

세계 TV 판매 7년 연속 1위인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OLED TV에 큰 비중을 두고 TV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동안 OLED TV 분야에 있어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대내외에 과시해왔다. 그러다 올들어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OLED TV 대신 울트라 HDTV 및 스마트 TV를 집중 강조하면서 향후 TV사업 전략이 상당부문 변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CES 개막에 앞서 열린 삼성전자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삼성전자 미국법인 조셉 스틴지아노 상무가 ‘CES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삼성 UHD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OLED TV에 대한 사전 광고 및 홍보를 거의 하지 않는 대신 울트라 HDTV 및 스마트 TV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말까지도 세계 최초로 시장에 내놓겠다고 강조하던 삼성전자의 결연한 모습은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 5월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TV 양산 모델을 공개하며 자신감을 보이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당시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업부장은 “55인치 OLED TV 양산 모델을 통해 차세대 슈퍼 프리미엄 TV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이어갈 계획”이라며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는 TV로 ‘초격차’ 전략을 이어 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7일 CES 개막에 앞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기조 연설에 나선 윤부근 삼성전자 CE부문장도 OLED TV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울트라 HDTV 및 스마트 TV를 부각시켰다. 대신 삼성전자는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울트라 HD TV 110형, 85형 등 초대형 TV로 구성된 빅 스크린 TV존을 설치하는 등 울트라 HDTV의 강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초대형 인치를 테마로 잡다보니 지난 5월 외부에 공개한 이후 크게 개선된 게 없는 OLED TV 대신 울트라 HDTV가 전면에 부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LG가 비록 예약판매이기는 하지만 OLED TV를 먼저 시장에 출시하며 기선을 제압하면서 삼성전자가 OLED TV를 강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불가피하게 전략 수정을 한 것 같다”며 “OLED TV를 둘러싸고 삼성전자가 조만간 대반격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는 세계최대 가전 전시회 CES에서 OLED TV의 세계 최강자라는 이미지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제공
반면 LG전자는 CES에서 OLED TV를 집중적으로 강조하고 나서 대조를 보인다. 지난 2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OLED TV 소비자 판매에 들어간 여세를 몰아 CES에서도 OLED TV 세계 최강자라는 이미지를 중점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전시장 안에 모두 19대의 OLED TV를 대대적으로 진열하고 있다.

여기에 LG전자는 ‘ㄹ’자형 비대칭 구조 스탠드 디자인의 올레드 TV(모델명: EA8800)도 처음 선보이면서 OLED TV 분야에서 그동안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OLED TV가 지난해부터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최우선으로 강조해온 ‘시장선도 제품’ 가운데 대표적인 차세대 품목이어서 앞으로도 그룹의 핵심 제품으로 강하게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2일 그룹 신년사에서도 “세계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시장선도 상품을 반드시 만들어 달라”고 그룹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LG전자에 OLED TV 패널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034220)도 OLED 라인에 대한 추가 증설 계획을 오는 2월까지 확정하고 OLED 시장 선도자의 입지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LG디스플레이의 OLED TV는 세계최초라는 타이틀과 함께 기술적으로도, 디자인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며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삼성전자에 밀려 세계 TV시장에서 만년 2위로 머물던 LG전자는 향후 OLED TV를 통해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기 위해 이 시장을 키우는 데 그룹의 역량을 결집해 나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OLED TV 시장을 선도하면서 올해 세계 TV 시장을 재편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회사의 전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