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자라는 녹색마을

by김용운 기자
2011.09.09 10:49:17

성미산마을 사람들
윤태근|228쪽|북노마드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울 마포구 성미산마을 성미산어린이집. 부모들은 여기서 누구 아빠, 엄마로 불리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이 별칭을 붙여준다. 산이 아빠는 오름으로 불리게 됐다. 오름의 아내는 초록비가 됐다. 성미산마을은 어느새 고향이 됐고 대안적인 삶의 희망으로 자리잡았다.

자녀 육아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부모라면 성미산어린이집은 낯설지 않다. 지난 1994년 교육 공동체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성미산어린이집은 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아이들의 평등을 전제로 하는 공동육아로 주목 받았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후 다른 지역 공동육아의 모델이 됐다. 그리고 성미산어린이집은 99m 높이의 작은 성미산 자락에 위치한 성산동 일대가 성미산마을로 불리는 데 구심점 역할을 했다. 육아라는 공통분모로 모인 이들은 오직 아이들이 행복하고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 머리를 맞대었다. 결국 착한 이웃들과 더불어 사는 공간을 만드는 것, 마을 공동체의 회복이 아이들을 위한 어른들의 최선이라고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마을 도서관이 생겼고 생활협동조합이 조성됐고 마을 극장이 문을 열었다. 세시풍속에 따른 마을 축제도 부활했다. 공동주택도 지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성미산이 개발되는 것에 반대하기 위해 부모들은 머리띠도 묶었다. 물론 ‘빨갱이가 사는 것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고 기존의 토박이 주민들과의 소통 부재 같은 부작용도 생겼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언론을 통해 여러 번 소개가 됐다. 덕분에 성미산마을은 우리 사회의 대안공간을 꿈꾸는 이들에게 탐구와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심지어 마을을 돌아보는 관광코스도 생겼다. 그렇다면 성미산마을 공동체를 만들고 가꾸는 이들은 과연 특별하고 유별난 사람들일까.

아이들에게 오름이라고 불리는 저자는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젊고 철없는 진보 진영의 신앙촌 취급을 받고 마을이 가진 본연의 순수함 또한 인정받지 못하곤 한다”고 안타까워한다. 자신들은 “특정 이념에 경도되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투사가 아니라 가족의 행복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꿈 많은 시민들”일 뿐이기에 그렇다.

그 시민들이 성미산마을 공동체에서 어떤 보람을 느끼고 또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지 책은 조근조근하게 알려준다. 체험과 생활에서 우러나온 글들은 친밀하고 설득력이 크다. 성미산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아이들이 행복한 성미산마을 같은 도심 공동체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저자의 진실한 바람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