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가 주는 저릿함을 스크린으로 온전히 옮겨낸 ''마이 파더''

by노컷뉴스 기자
2007.09.05 11:38:00

다니엘 헤니와 김영철의 연기 앙상블


 
[노컷뉴스 제공] '앙상블'이란 이럴 때 붙이는 말인가 보다.

두 연기자가 맞붙어 뿜어내는 연기 셈법은 1+1이 아니라 3이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마이파더'(황동혁 감독 시네라인 제작)는 가슴 저릿한 실화에 섬세한 연출, 주인공들의 연기를 더한 셈법이 공식대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답이 나올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소재는 갈길이 이미 정해진 해외 입양아가 성장해 다시 부모를 찾아 모국으로 돌아와 해후하는 이야기다. 하지만 익히 눈을 감고도 훤히 아는 길도 때로는 가지 않은 길처럼 헤메이고 신선하면서 긴장되기도 하는 그런 길이 될 수 있음을 '마이 파더'가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친부모를 찾아 22년만에 한국에 온 제임스. 한국 이름은 공은철(다니엘 헤니)이다. 그토록 간절하게 만나고 싶었던 생부는 붉은 죄수복을 입은 사형수 황남철(김영철)이다. 여관 주인 모녀를 무참하게 살해한 죄고 10년째 복역중인 아버지 황남철은 자신을 찾는 아들 공은철과 교도소에서 해후한다.

충격과 실망이 그리움과 반가움으로 뒤범벅 되며 공은철의 감정은 무질서해지고 혼란스러워진다. 날 버린 아버지가 극악무도한 살인범이라니... 영화는 그렇게 비극적인 해후를 한 부자지간을 영어와 한국말로 서로 의사소통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것 만큼 답답한 심정으로 묵묵히 그려나간다.



다른 군더더기 없이 두 사람의 접견장 대화를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에피소드를 삽입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무엇보다 영화 흡인력의 일등공신은 다니엘 헤니다. 올 봄 현장공개를 하던 당시 까지만 해도 다니엘 헤니의 입양아 캐릭터는 그저 잘생긴 혼혈남에 대한 이미지 캐스팅정도로만 느껴졌지만 실제 이번 영화는 달랐다. 다니엘 헤니가 아니었으면 이 캐릭터가 존재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꼭 맞는 치수의 맞춤 옷과도 같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나 이미지 캐스팅이었던 영화 '미스터 로빈 꼬시기'에서 한결같이 원어민 발음을 굴리는 다니엘 헤니의 어설픈 연기에서 쉽게 향후 가능성을 읽어 내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입양아로서 사형수 아버지를 둔 아들로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복잡함을 온전히 자기것으로 소화해낸 다니엘 헤니의 연기 노력은 분명 평가받을 만 하다.

'마이 파더'에서 보여준 영어 대사는 거슬리지 않고 마치 한국어 대사처럼 자연스럽게 귀에 붙었고 그의 어눌한 한국어 연기는 오히려 진심이 묻어났다. 그가 후반부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울부짖는 감정연기는 이 영화에서 왜 다니엘 헤니가 한단계 도약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다니엘 헤니의 돋보이는 연기는 반사된 거울처럼 영화배우로 거듭난 중견 김영철의 덕분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쾡한 눈과 허옇게 센 곱슬의 머리카락, 과거의 야비함과 잔혹성이 연상될 듯 마르고 건강해보이지 않는 육체가 우선 그의 캐릭터를 위한 노력의 한 단면으로 첫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사형수의 불안정한 심리 연기와 자식앞에 부끄러움과 한편 품을 수 밖에 없는 부정(父情)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장편 데뷔작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꼼꼼한 디테일과 관객의 감정선을 속도감있게 운전하는 황 감독의 연출력은 앞으로 많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황 감독은 묵중한 이야기를 균형잡는 대사와 에피소드를 통해 그대로 가라앉지 않게 하는 균형감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 파더' 즉 나의 아버지를 양아버지와 친 부의 중의적 감정의 함의 속에 입양아의 관점에서 그려낸 점은 신선했다. 또 카투사 부대 미군과 한국군 입양아를 통해 야기되는 대립각은 관객에게 또다른 공감대를 형성시키는 당의정으로 적절히 포장되고 있다. 우정을 쌓은 김인권과 공은철의 술잔을 진짜로 돌리는 유머러스한 에피소드, 공은철과 사형수 아버지 황남철의 코믹한 사식 화제 대화는 몰입된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