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버팀목' 반도체·가전, 고전 예상…"정부, 환율 안정화 노력 절실"

by김은경 기자
2024.12.22 14:38:58

내년 1분기 EBSI, 가전 52.7·반도체 64.4
주력 시장 수요 위축에 중국과 경쟁 심화
‘트럼프 2기’ 수입규제·통상마찰·원룟값↑
"외환시장 안정화·수출 활력 입법 필요해"

[이데일리 김은경 김소연 기자]

(사진=연합뉴스)
우리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에 위험신호가 켜졌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내년 우리 기업들의 수출이 올해보다 크게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무엇보다 주력 수출 품목인 가전과 반도체의 수출 역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산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를 강화하는 등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환경 조성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5년 1분기 세부품목별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자료=한국무역협회)
22일 한국무역협회(KITA) 국제무역통상연구원 ‘2025년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 조사(EBSI)’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1분기 가전과 반도체 수출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EBSI는 국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기업 전망을 조사·분석한 지표다. 100을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면 100보다 작은 값을 나타낸다.

가전(52.7)은 주요 수출 대상국인 북미와 유럽연합(EU) 수요가 위축되면서 수출 역성장 가능성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중국의 범용 D램 수출 증가에 따른 경합 심화와 전방산업 재고 증가로 반도체(64.4) 또한 여건 악화가 예상됐다.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으며 D램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은 기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구형 D램을 쏟아내고 있다.

항목별로는 ‘수입규제·통상마찰(74.5)’, ‘수출상품 제조원가(82.7)’ 등 9개 항목에서 여건 악화가 예상됐다. 주요국들의 자국 우선주의 심화로 수입규제가 대폭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두드러지면서 정부가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수출 피해 최소화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분기 주요 수출 애로요인은 ‘원재료 가격 상승(17.4%)’과 ‘수출 대상국의 경기 부진(15.2%)’ 등으로 나타났다.



내년에는 1분기뿐 아니라 연간으로도 수출 부진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업종을 대상으로(150개사 응답) 조사를 진행한 결과 바이오헬스(5.4%)와 일반기계(2.1%), 석유화학·석유제품(1.8%), 전기·전자(1.5%) 등 업종은 내년 수출이 올해보다 증가하는 반면 자동차·부품(-1.4%), 철강(-0.3%) 등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수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기업들은 그 요인으로 △주요 수출 대상국 경기 부진(39.7%) △관세 부담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30.2%) △원자재·유가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약화(11.1%) 등을 지목했다. 대응 방안으로는 △수출시장 다변화(47.6%) △운영비·인건비 등 비용 절감(23.8%) △환율 리스크 관리 강화(15.9%) 등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내년 수출 여건이 어려워질 지역에 대해 대부분 기업이 미국(48.7%)과 중국(42.7%)을 꼽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주요 수출국인 두 나라에 대한 수출 여건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응답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 정책 우선순위로 외환시장 안정화와 보호무역 강화에 따른 수출 피해 최소화를 꼽았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정부는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환경 조성에 주력하고 국회는 기업 활력을 저하하는 규제 입법보다 수출 활력 제고를 위한 입법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