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美 경제 지표 둔화…환율 1290원대 지지력 테스트[외환브리핑]
by이정윤 기자
2023.11.17 08:32:09
역외 1290.4원…4.4원 하락 출발 전망
신규 실업보험 청구 23만명, 석 달 만에 최대
미 10월 수입물가 0.8% 급락·산업생산 0.6%↓
‘긴축 종료’ 신호에 10년물 국채금리 4.4%로 급락
국제유가 5% 급락…경기 둔화로 수요 감소 전망
달러인덱스 104.35, 달러화 소폭 약세 그쳐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1290원대로 들어선 원·달러 환율은 추가 하락을 모색하며 환율 단기 하단을 확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을 비롯해 미국 경제 지표 전반이 둔화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설 것이란 분위기가 한층 커졌다. 다만 달러화 약세가 크지 않은 점, 저가매수 수요가 이어질 수 있는 점 등에 제한적인 하락이 예상된다.
17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290.4원에 최종 호가됐다. 최근 1개월물 스와프 포인트(-2.10원)를 고려하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296.9원) 대비 4.4원 하락 개장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용 시장 둔화 지속이 확인됐다. 지난 11일로 끝난 한 주간 미국에서 한 주간 신규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들의 수는 23만1000명으로 석 달 만에 가장 많았다. 연속으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의 수는 2년 만에 최대로 늘어났다. 지난 4일로 끝난 한 주간 연속으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들은 186만5000명으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많았다. 연속적으로 실업보험을 청구한 사람이 많았다는 것은 노동자들이 신속하게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10월 수입 물가는 전월보다 0.8% 급락하면서 넉 달 만에 첫 하락세를 기록했다. 에너지 수입 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체 수입 가격이 낮아졌다. 10월 수입 물가는 월가의 예상보다 낮았다. 인플레이션 측면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에 이어 수입 물가까지 연이어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가 커졌다.
미국의 10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줄어들며 예상치와 전월치를 모두 밑돌았다. 미국 부동산 시장의 심리가 냉각했을 수 있다는 지표도 나왔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는 11월 주택시장 심리지수가 34로, 올해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 지표 둔화가 확인되면서 연준의 긴축 싸이클이 끝났다는 전망이 힘을 얻어 미 국채금리는 급락했다.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9.4bp(1bp=0.01%포인트) 급락한 4.443%, 30년물 국채금리도 7.3bp 빠진 4.619%를 나타냈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물 국채금리도 6.4bp 떨어진 4.862%를 기록했다.
경기 둔화로 원유수요가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5% 가까이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2.90달러로 전날 대비 3.76달러(4.9%) 하락했다. 지난달 말 90달러를 넘보던 WTI가격이 7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온 것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 종가 대비 3.76달러(4.6%) 내린 배럴당 77.42달러로 마감했다. 모두 4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다만 달러화는 소폭 약세에 그쳤다. 달러인덱스는 16일(현지시간) 오후 6시 18분 기준 104.35를 기록하고 있다. 전날 장 마감 기준 104.50보다 소폭 하락한 것이다. 달러 약세에 달러·위안 환율은 7.24위안, 달러·엔 환율은 150엔대로 모두 하락세다.
미 국채금리 하락에도 달러가 크게 약세로 돌아서지 않으면서 숏(매도)포지션을 추가하기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결제수요를 비롯한 저가매수에 막혀 1290원 중심의 제한적인 하락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