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건설이슈]입질만 하다 발 뺀 ‘M&A시장 풍운아’ 호반건설
by김기덕 기자
2018.02.10 09:00:00
호반건설, 해외부실 이유로 대우건설 인수 포기
최근 3년 새 10여곳 기업 인수 타진했다가 철회
브랜드 이미지 제고 톡톡… 시장 질서 흐린다는 지적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지난 8일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당초 시장에서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이슈의 중심에 섰던 대우건설 인수전이 결국 무위로 끝나게 됐는데요. 호반건설이 단순히 대우건설의 해외 잠재 부실(모로코 사피 현장 3000억원 손실)을 우려해 인수를 포기한 것일까요? 과거 호반건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보인 행태를 보면 또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호남의 작은 중소건설업체였던 호반건설이 그동안 사세를 키워왔던 과정을 보면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온 것은 사실로 보여집니다. 당초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은 1996년 현 호반건설의 모태인 현대파이낸스를 설립해 금융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다른 건설사들이 싸게 내놓은 땅을 사들인 뒤 광주·호남지역에서 주택 분양사업에 주력했습니다. 2008년 최악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시장에 매물로 나온 수도권 알짜 부지 광교, 판교 등 알짜 부지를 싸게 사들이며 전국구 건설사로 성장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나온 수익으로 △여주 스카이밸리CC(2001년) △미국 하와이 와이켈레CC(2010년) △KBC광주방송(2011년) △우방이엔씨(2015년) △울트라건설(2016년) △제주퍼시픽랜드(2017년) 등을 차례대로 인수했습니다. 다만 인수 의지를 보이다 막판 포기한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최근 3년 사이에 금호산업을 비롯해 한국종합기술, 동부건설, SK증권 등 10여곳의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시장 예상보다 훨씬 낮은 입찰가를 써내거나 막판에 발을 빼 결국 인수가 모두 무산됐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호반건설의 행태에 대해 실속(이득)만 챙기고 쏙 사라지는 행동이라고 비난을 하는데요. 그 이유는 대어급 기업의 인수 추진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업계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알림 수 있고, 소비자들에게는 기업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어 손해볼 것이 없는 장사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면서도 얻은 게 훨씬 많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업계 13위였던 호반건설(2017년 시공능력평가 기준)이 열 단계나 위에 있는 대우건설(업계 3위)을 인수를 추진하면서 그동안 호반건설의 성장 과정이나 탄탄한 자금력 등이 시장에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바로 인지도 상승에 크게 기여했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와는 별도로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하면서 정치권으로부터 쏟아진 호남 기업 특혜 의혹, 헐값 매각 논란, 대우건설 내부 직원의 반발 등도 인수를 포기하는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해외부실 문제까지 발생하자 오히려 ‘핑계거리가 생겨서 잘됐다’는 식으로 슬쩍 발을 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결과로 대우건설은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진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대우건설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매각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매각 무산 책임을 면치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호반건설은 기업 이미지 메이킹하는데 있어 적지 않은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잃은 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