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업계, 잇딴 수주에도 '쓴웃음'…비리 멍에 언제까지

by남궁민관 기자
2018.01.07 13:36:27

지난해 말 잇딴 납품계약에 실적개선 ''청신호''
방산비리 조사 후폭풍에 사업 중단 사례도 늘어
"실적내기식 감사·수사, 바로 잡아주길" 한 목소리

지난해 9월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열린 ‘제69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미디어데이에 K-9 자주포가 전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국내 방위산업 업체들이 지난해 말부터 잇딴 수주 성과를 올리며 올해 실적개선에 청신호를 켰다. 다만 정부의 방산비리 수사 여파 등 대외적 악재들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환하게 웃음짓지 못하는 상황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방산비리 수사와 국정공백에 따른 예산집행 지연 등으로 지난해 수주활동에 난항을 겪었던 국내 방산업체들이 연말 연이어 대규모 납품계약에 성공하며 턴어라운드를 위한 채비에 나섰다.

한화그룹은 방산계열사 한화테크윈(012450) 자회사인 한화지상방산, 한화디펜스가 대규모 공급계약 성과를 올렸다. 한화지상방산은 지난달 21일 노르웨이 국방부와 K9 자주포 24문, K10 탄약운반장갑차 6대를 2020년까지 수출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 규모는 2452억원이다. 이어 한화디펜스는 지난달 28일과 29일 방위사업청과 4588억원 규모 230㎜급 다련장 2차 양산사업(발사대·탄운차분야), 1860억원 규모 화생방정찰차-Ⅱ(장갑형) 후속양산 공급계약을 각각 체결하기도 했다.

LIG넥스원(079550) 역시 지난달만 총 6000억원에 달하는 양산계약을 수주했다. 지난달 26일 장보고-Ⅲ 소나체계 및 항공관제레이더(PAR) 양산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27일에는 보병용 중거리유도무기 ‘현궁’ 2차 양산,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후속 양산 계약에도 연이어 성공했다. 또 구축함용 TACM(어뢰음향대항체계), 다목적 훈련지원정 EWT(전자전훈련지원체계) 등 사업의 양산 계약도 체결했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의 경우 지난달 조달청과 참수리 3대를 2020년 2월까지 경찰청에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705억원이다.



하지만 연이은 수주 성과에도 관련 방산업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 박근혜 정부로부터 시작된 방산비리 수사가 새 정부 들어서도 후폭풍이 지속 이어지면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LIG넥스원은 지난 4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372억원 규모 고정형 장거리레이더 체계개발사업 중단 공문을 받았다. 감사원은 해당 사업과 관련 서류상 오류를 두고 조작 정황이 있다고 지적했고 이에 방위사업청이 사업중단을 결정한 것. 이에 따라 LIG넥스원은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을 종전 468억원에서 15억원으로 큰 폭 낮춰 재공시하기도 했다.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역시 비슷한 전례가 있다. KAI는 지난해 말까지 수리온 2차 양산을 추진 중에 있었으나 감사원의 문제제기 및 권고로 사업이 6개월간 연기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달 29일 지난해 예상 영업이익을 종전 3401억원에서 919억원의 영업손실로 변경 공시했다. 문제가 됐던 수리온은 방사청 조사 결과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한화그룹 방산계열사들도 방산비리 후폭풍에 자유롭지 못하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해 8월 ㈜한화와 한화테크윈 등 한화그룹 방산계열사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돌입했으며, 현재까지 관련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이와 별개로 지난해 8월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 논란 역시 해소해야 할 과제다. 육군은 지난달 26일 K9 자주포 사고와 관련 일부 부품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라는 결론 내렸지만, 이에 한화 등 관련업체들은 제조사들의 의견이 배제된 조사결과로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발하며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 시작된 막무가내식 방산비리 수사가 큰 성과없이 마무리되고 있지만, 여전히 실적내기식 감사와 수사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무리한 감사나 수사가 있었다면 바로잡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산비리는 이유 없이 척결돼야 하는 대상임은 분명하지만 첨단 국산무기 개발을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의 과정이 필요한 현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