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LS그룹 만든 구태회 명예회장, '형제경영' 새기고 떠났다

by성문재 기자
2016.05.08 14:05:42

故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LG그룹의 기틀을 마련하고 LS그룹의 탄생을 주도한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이 지난 7일 오전 3시30분 서울 신사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고(故) 구태회 명예회장은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동생으로, LG그룹 창업 1세대 여섯형제 중 유일하게 생존해 있던 범 LG가(家)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큰형 구인회 창업주를 따라 럭키화학(현 LG화학)에 입사해 혁신제품인 ‘안 깨지는 크림 통 뚜껑’ 개발을 주도한 주인공으로도 알려져 있다.

1923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일본 후쿠오카고등학교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고인은 1950년 럭키화학 전무로 기업인의 삶을 시작했지만 그의 꿈은 더 높은 곳에 있었다.

1958년 4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6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1973년부터 2년간 무임소장관(현 정무장관)과 1976년 국회부의장을 역임했다. 고인은 환갑을 앞둔 1982년에야 LG그룹 창업고문으로 복귀해 남은 생을 기업인으로서 보냈다.

LG 창업 1세대 여섯형제 중 넷째인 구태회 명예회장은 다섯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여섯째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과 합심해 2003년 LG그룹에서 금속·전선 부문의 분리·독립을 이끌었다. 고인은 특히 LS그룹의 형제경영 기틀을 마련하고 공동경영 정신이 빛을 발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고인의 장남인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은 LG로부터 계열 분리 후 그룹 회장을 맡으면서 10년 뒤 회장직을 넘기겠다고 공언했다. 사촌 동생인 구자열 회장은 2013년 그룹 회장직을 물려받아 현재 LS를 이끌고 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적지 않은 국내 재계에서 이 같은 ‘사촌 간 회장승계’는 보기 드문 사례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장례식장에는 7일 오후부터 고인의 영면을 애도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고인의 장남 구자홍 회장과 2남 구자엽 LS전선 회장, 4남 구자철 예스코 회장이 조문객을 맞았다. 3남 구자명 전 LS니꼬동제련 회장은 지난 2014년 별세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고인에 대해 “정말 자상한 분이셨다”고 회고한 뒤 “‘회’자 돌림인 집안의 제일 큰 어른이 돌아가셨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했다. 다리를 다친 구자균 LS산전 회장은 목발을 짚은 채 빈소를 찾아 애도의 뜻을 전했다.

범 LG가에서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구자학 아워홈 회장과 구자두 전 LG유통 부회장,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이 조문했다.

재계 주요 인사 중에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았다. 정 부회장은 부인 정지선 씨와 함께 조문하며 “애도를 드린다.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지선 씨의 남동생 대현 씨는 고 구태회 명예회장의 3남인 고 구자명 회장의 딸 윤희 씨와 결혼했다.

8일 빈소를 찾은 허창수 GS 회장은 “고인께서 많이 챙겨주셨었다”며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전했고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이렇게 한 세대가 마감했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구 명예회장의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이다. 발인은 11일 오전 9시 30분 예정이다. 장지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매산리 광주공원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