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기업도 현금 비축…시장선 "잘하는 일" 칭찬

by김경민 기자
2010.07.29 10:11:02

실적 개선되고 있지만 투자 나서지 않아
일자리 정체 등 고용없는 성장 우려
시장 "더블딥 우려..생산 확대나설 때 아니다"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미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실적을 발표한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500 기업들은 40%대의 이익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돈을 잘 벌고도 투자에 나서고 있지 않다. 아직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 자체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의한 효과가 많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경기가 선순환하기 어렵다.
 

▲ 미국 기업 순이익과 임금 추이(자료=크레디트스위스)

미국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은 1조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후퇴 과정에서 놀란 미국 기업들이 돈주머니를 꽁꽁 동여맸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S&P500에 편입된 비금융회사들의 현금보유 규모는 8370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240만명 사람들에게 매년 7만달러 연봉을 5년간 줄 수 있는 규모다.

기업들의 현금 보유량은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기업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와 함께 더블딥(이중침체) 논란이 여전해 글로벌 경제 상황을 무조건 신뢰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USA투데이는 "금리까지 제로(0) 수준이라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기업들은 현금 쌓기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투자에 대해서는 좀 더 시장이 안정된 이후에 하는 것이 낫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올 2분기 성적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지만 면면을 뜯어보면 그렇지도 않다. 구조조정과 인력감축 등을 통해 실적이 개선된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오토바이 제조업체 할리데이비슨은 올 2분기 순이익이 7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깜짝 실적의 비결은 대규모 해고였다. 할리데이비슨은 지난해 전체 직원의 20%에 해당하는 2000명을 내보냈다. 아울러 내년까지 1400명 이상 추가로 감축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이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등 경제 성장 전반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침체기에도 투자를 지속하며 경기 회복을 주도했던 IT기업들만 일부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인텔은 최신 프로세서인 `샌디브릿지`를 예상보다 빨리 생산할 것이라면서 이와 관련한 투자를 기존 48억달러에서 52억달러로 상향조정했고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도 생산량 확대를 위해 투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서도 기업들의 투자를 크게 반기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 주가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면서 여전히 투자자들은 글로벌 위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델타항공이 정원을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는 약세를 보였고 TI도 생산량 확대를 발표한 날 주가가 3% 이상 하락했다. 반면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힌 할리데이비슨과 포드의 주가는 오히려 올랐다.

BoA-메릴린치의 데이비스 비안코 스트래티지스트는 "아직도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많다"면서 "이런 관점에서는 기업들이 생산을 늘린다거나 투자를 확대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