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정원] 옛집 뜰에선 봄이 소곤소곤

by조선일보 기자
2008.03.27 10:45:00

회색 도시 속에 숨은 봄과의 숨바꼭질
찾았다! 뒷마당에 춤추는 산수유

[조선일보 제공]
매년 4월 1일부터 11월 30일, 화요일~토요일의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대문을 활짝 열어놓고 손님을 맞는 집.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혜곡 최순우 선생의 옛집의 뜰은 너그러워서 아름답다.

1976년부터 최순우 선생이 작고할 때까지 살았다는 이 성북동 고택은 밖에서만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앉은뱅이 책상과 고서가 단정하게 놓인 모습이 기품을 더한다. 1930년대 지어진 한옥, 경기지방에서 많이 보이는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바깥채로 된 'ㅁ'자형 집. 안마당은 아담하고 뒷마당엔 꾸밈없는 자연미가 있다. 산수유와 신갈나무, 자목련이 어우러진 손바닥만한 뒷마당엔 봄볕이 너울너울 넘친다. 소박한 돌, 작은 미술품이 걸음 걸음마다 낮게 자리를 잡고 슬며시 웃고 있다.

겨울에 문을 열지 않는 이유는 "동절기 때마다 집을 청소하고 다듬어서 다시 손님을 맞는 준비를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이곳 관리인의 설명. "그래도 뜰에 가득 흰 눈이 쌓이면 지나가는 손님들 잠깐 구경하라고 대문을 잠시 열어둔다"고 하는 설명에서 넉넉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관람요금 무료. (02)3675-3401~2




▲ 서울 성북동 골목에 위치한 '최순우 옛집'의 뒷마당. 노란 산수유가 활짝 펼친 우산처럼 봄 하늘을 가득 덮었다. /조선영상미디어 이경호 기자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만해(萬海) 한용운(1879~1944)의 유택. '심우장(尋牛莊)'이란 집 이름은 선종(禪宗)에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 중 하나인 '자기 본성인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에서 따온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산비탈에 있는 이 작은 집은 평생을 독립운동과 불교 수행에만 마음을 두었던 만해의 일생처럼 단출하고 정갈하다. 장식이 없고, 흐드러지게 핀 꽃도 없다. 만해가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된다는 이유로 북향을 택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