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정훈 기자
2004.08.23 11:01:56
반등 틈타 차익실현.."저점매수 고점매도 지속할 것"
적극매수 기대 못해..국제유가·美증시흐름이 변수
[edaily 이정훈기자] 종합주가지수가 주요 매물대인 800선 언저리에 걸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주요 매수주체인 외국인의 매수세가 둔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기세좋던 반등세가 한풀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우리 증시의 저평가 메리트에서 촉발됐던 만큼 현 지수대에서 추가적인 모멘텀이 나와주지 않는 한 다시 큰 폭의 매수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제유가나 미국 증시 등이 변수로 작용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외국인 매기 `뚝 끊겨`..반등틈타 차익실현 나서는 듯
700선대 초반에서부터 현 지점까지 지수 반등을 주도해 온 외국인의 매수세가 780~800선의 주요 매물대에 근접하면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반등을 틈타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3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상반월동안 무려 1조1000억원 이상 순매수하던 외국인은 지난 17일 715억원 어치 순매도로 돌아선 이후 19일 하루만 제외하고 닷새중 나흘이나 순매도하고 있다. 이날도 오전 10시30분 현재 266억원 순매도 중이다.
◆일별 외국인 주식 순매수 규모
최근 미국 뮤추얼펀드로의 뚜렷한 자금유입이 없는 상황인 만큼 외국인들은 펀드내 비중을 단기적으로 조절하고 있으며,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가장 큰 폭으로 반등한 우리 증시에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인다.
SK증권 오재열 차장은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거리는 것은 지수가 단기간에 많이 올라왔다는 부담이 가장 클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780~800선을 단숨에 뚫고 올라가기 어렵다는 저항선에 대한 부담이 작용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반등이 늦었던 대만 증시 등으로 옮겨가면서 우리 증시에서 일부 이익실현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 주 외국인은 대만 주식을 4월 이후 최대 규모로 순매수했었다.
한투증권 신동성 종합자산관리팀장은 "우리 증시가 먼저 반등했기 때문에 단기적인 차원에서 펀드내 국가별 비중을 조절하면서 우리 주식을 내다 파는 동시에 대만에서는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외국인 저점매수-고점매도 유지..대외요인이 `변수`
이런 맥락에서 보면 외국인은 지수가 하락해 가격 메리트가 생기면 다시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지수가 상승할 경우 고점에서 매도하는 형태의 매매를 고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양종금증권 김주형 스트레터지스트는 "최근에는 뮤추얼펀드로의 돈의 유입이 제한적이었고 재료 측면에서는 저평가됐다는 점이 외국인 매수를 유발시킨 만큼 주가가 올라오면서 저평가에 대한 메리트가 약화됐다"며 "매수할만한 다른 이유가 주어지지 않는 한 외국인 투자자 매수세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오재열 차장은 "경기 측면 등에서 아직 확신하기는 어렵고 삼성전자를 외국인이 팔고 있는데서도 IT경기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시장이 안좋을 때는 다소 매수하고 좋아지면 매도하는 매매패턴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외국인 매매는 우리 주식의 밸류에이션에 달려있는 것이며, 현 시점에서 추가로 매수세가 유입되기 위해서는 국제유가나 미국 주식시장 등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호전시킬 만한 변수가 충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오 차장은 "국제유가가 단기적인 고점을 찍은 것으로 예상되면서 유가 하락이 긍정적인 변수가 될 수는 있을 것이지만, 우리 시장의 시세 선도적인 측면에서 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에 대한 확신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동성 팀장은 "아직 외국인 입장에서도 지속적으로 살만한 지수대가 아니라 펀드내에서의 비중조절 정도만 하고 있다"며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이나 미국 증시 반등에 따른 뮤추얼펀드로의 자금 유입 등이 외국인 매수가 강화되느냐를 좌우할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