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①“스마트하나 독단적”…루나 사태 원인은?

by김현아 기자
2022.05.22 14:23:27

신현성 공동 창업자 심경 밝혀
“준비금 부족과 공격, 준비금보다 빨리 키운 예치금이 폭락 원인”
“권도형 대표만나 블록체인 활용 결제수단 관심”
“테라 지향점을 결제에서 DeFi로 바꿔 퇴사”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 겸 테라폼랩스 공동창업자. 그는 2020년 3월 테라폼랩스에서 사퇴했다.


최근 폭락한 한국산 가상화폐 루나(LUNA)와 UST(테라 스테이블코인)를 발행하는 테라폼랩스. 이 회사의 창업자는 해당 코인들을 직접 설계한 권도형 대표와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이다. 전자상거래 업체 티몬을 만든 신 의장은 벤처 업계에서 유명 인사다. 그는 금융앱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가 연초 시작한 스타트업 경진대회 ‘(FOUND)’에서 박재욱 쏘카 대표,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 등과 함께 파트너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루나 폭락 사태 이후 언론 접촉을 피하는 가운데, 이데일리는 지인을 통해 신현성 공동창업자(티몬 이사회 의장)의 심경을 들어봤다. 그는 루나의 폭락 원인에 대해 어떻게 볼까. 테라폼랩스를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루나는 UST의 가치 안정화를 위한 자매 코인이다. UST가 1달러를 초과하면 차익 거래자는 루나를 소각하고, 1달러보다 아래로 떨어지면 루나 공급을 늘려야 하는 식이다. 여기에 테라폼랩스는 ‘앵커 프로토콜’이란 걸 만들었다. 앵커 프로토콜은 UST(테라 스테이블 코인) 예치를 통해 유동성이 낮지만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탈중앙화 예금 프로토콜이다. 대출 금리(연 12.4%)보다 예치 금리(연 19%)가 더 높아 후속 투자금으로 이자를 지급하는 ‘폰지 사기’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현성 공동창업자는 루나 폭락의 원인에 대해 “준비금을 변동성 없는 자산으로 쌓았어야 했다”고 안타까워하면서도 “현재의 테라폼랩스와 자신이 처음 창업했을 때의 회사와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퇴사 이유로는 “테라 지향점을 결제에서 DeFi(탈중앙금융)로 바꿨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2018년 제주에서 열린 ‘제1회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행사에서 테라를 실물 경제에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 네트워크를 구동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권도형 대표와의 인연에 대해서는 “소개로 만났다. (그는) 매우 스마트하지만 독단적인 스타일”이라고 밝히면서 “지금도 테라폼랩스 주식 1주를 갖고 있지만 퇴사후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주주총회가 단 한번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데일리는 ①[단독] “스마트하나 독단적” …루나 사태 원인은 ? 기사와 ②“주식 1주 있지만 주총 없이 권도형 단독 경영” 기사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알린다. 다음은 지인을 통해 신 의장과 나눈 서면 질의응답 중 첫 번 째다.

2018년 제주도에서 열린 ‘제1회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UDC)’ 행사에 참가한 신현성 테라 공동 창업자. 당시까지만 해도 테라는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을 표방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로, 실물 경제에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 네트워크를 구동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루나 폭락사태의 원인은 무엇으로 보는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준비금을 부족하게 가져간 부분, 둘째, 준비금에 비해 예치금(deposit)을 너무 빠르게 키운 부분, 셋째, 준비금의 규모가 외부에 노출되면서 공격에 취약해 진 점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크립토가 결제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법의 규제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포기했다.”



-루나와 연동된 독특한 스테이블 코인 테라(UST)의 알고리즘이 문제였다고 보는가?

“준비금이 충분히 있었고, 준비금을 변동성 없는 자산으로 쌓았다면 안정적으로 알고리즘을 발전시켰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결정적 실수는 무엇이었다고 보는가? 비트코인 준비금 공개가 문제였나?

“위 3가지가 문제였다고 본다.”

-권도형 대표와 어떻게 만났나? 테라폼랩스를 창업 계기는? 권 대표에 대한 평가는?

“소개로 만났다. 테라의 원래 목표는 결제 시장을 혁신하는 것이었다. 제가 이커머스 경력이 있었기에 블록체인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지급결제 수단을 만들고자 했다. 권 대표는 매우 스마트하지만 독단적인 스타일이다.”

-테라에서 퇴직한 이유는 무엇인가? 결제 기반 코인에 대한 생각이 권 대표와 달랐던 것인가?

“결제 시장을 혁신하고자 테라 초기에 함께 했다. 결제 방향이 틀어졌고, 권 대표가 생각하는 DeFi(탈중앙금융) 방향에 동의하지 않았다.”

-테라폼랩스에서 퇴직한 시점(2020년 3월)과 루나 설계 시점에 차이가 있나?

“지급결제에 사용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뒤 테라에서 퇴사하게 됐고, 권도형 대표는 테라의 지향점을 DeFi (탈중앙 금융) 방향으로 바꿨다. 이후에 UST(테라 스테이블코인)를 출시했고, 다음 해에 Anchor(앵커 프로토콜)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