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北, 지난해 제재 위반 사례 늘고 더 과감해져”
by방성훈 기자
2020.04.18 17:34:01
中도움 받아 바지선 이용한 직접 구매까지 나서
北, 전면금지 제재 불구 지난해 中에 석탄 대량 수출
정유제품 수입도 제한 물량의 최대 8배
유엔 “제재 위반하며 핵·미사일 개발 지속”
| 선박간 환적 방식으로 중국 선박에 석탄을 실어나르고 있는 북한 선박. (사진=유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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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對北)제재를 무시하고 중국과 석탄 및 정유제품 등을 대량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박 간 환적을 통한 방식 외에도 직접 항구에서 물품을 주고받는 등 거래 수법이 더욱 대담해졌으며, 거래 빈도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17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가디언은 “북한은 지난해 중국 해운업체 도움을 받아 석탄 및 정유제품 거래를 급격하게 늘리는 등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대북제재위의 전문가 패널의 자체 조사·평가 및 회원국 보고 등을 토대로 작성됐으며, 15개국으로 구성된 안보리 이사국들의 승인을 거쳤다. 보고서엔 북한의 다양한 제재 회피 수법은 물론, 선박 간 환적이나 대형 바지선으로 중국까지 석탄을 실어나르는 장면 등 상세한 사진 자료도 첨부됐다.
북한의 정유제품 수입량은 안보리 결의에 따라 연간 50만배럴로 제한되고 있다. 석탄 수출은 전면 금지됐다. 하지만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석탄 수출은 지난해 1~8월 최소 370만톤, 3억7000만달러(약 4500억원) 규모로 이뤄진 것으로 예상됐다. 1~4월엔 92만8000톤에 그쳤으나 5~8월에는 270만톤으로 191% 급증했다.
9월 이후에도 석탄 수출은 꾸준히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12월 남포항과 송림항에서 석탄 수출이 이뤄지는 장면이 위성사진에 반복적으로 잡혔다. 남포항의 경우 부두에서 최소 16척, 항구 일대에서 87척이 각각 포착됐다. 송림항에서는 부두에서 최소 17척, 항구 일대에서는 약 17척이 석탄 수출에 동원됐다. 대북제재위는 “석탄 선적이 확인된 선박만 집계했는데, 그 결과 남포항에서 최소 103척, 송림항에서 최소 34척이 각각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5월 이후 남포항과 태안항에서 석탄을 실은 중국 소유 바지선들이 곧바로 저장성 항저우만의 항구 3곳으로 이동한 장면도 포착됐다. 지난해 5~8월에만 북한산 석탄 최소 54만 톤이 47차례 걸쳐 수출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5~9월에는 최소 37척의 바지선들이 석탄을 실어날랐다.
북한은 또 지난해 1~10월 중국으로부터 정유제품을 최소 143만배럴, 최대 389만배럴 수입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연간 한도 50만배럴의 최소 3배, 최대 8배에 달하는 물량이다. 보고서는 해상에서 이뤄지는 선박 간 환적 뿐 아니라 외국 선박들을 통한 ‘직접 운송’이 주요 제재 회피 수단으로 떠올랐다고 진단했다.
대북제재위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수출 제재 위반은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는 것 뿐 아니라, 핵·미사일 개발을 위한 자금 마련을 지속해왔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선 북한의 과감한 제재 위반이 중국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보리의 한 패널은 “중국은 영해에 진입한 선박의 제재 위반 여부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제재위반을 차단할 능력을 갖고 있지만, 안보리 결의를 이행하지 않는 쪽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거래중인 외국 선박(오른쪽)과 북한 선박. (사진=유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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