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앞장 선 세월호 유가족, 마지막 촛불에 '감사'

by유현욱 기자
2017.04.29 19:43:35

23차 촛불집회 사전행사 "안전사회 만들겠다" 다짐
민간잠수사·관련단체 등 "참사 반복 안 돼" 소회 밝혀

‘장미 대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촛불집회’에 참가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맨 앞자리에 앉아 집회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김정현 기자)
[이데일리 유현욱 김정현 이슬기 기자] 지난해 10월 29일 시작된 이후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을 이끌어 낸 ‘촛불 집회’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가운데 맨 앞에서 촛불을 치켜들어온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4·16연대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촉구 대회’를 열고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없도록 안전한 사회 만들고야 말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전명선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위원장은 맨 먼저 무대 위에 올라 “1073일 만에 세월호가 떠오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준 국민들께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문을 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73일 만인 지난달 23일 선체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전 위원장은 “비로소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밝히고 대한민국에 더는 이런 아픔이 없는 안전한 나라로 만들어겠다는 다짐을 실현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수습 활동에 뛰어들었던 민간 잠수사 황병주씨는 “잠수병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술과 수면제에 의지해 살았지만 유가족들의 위로와 격려로 치유할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황씨는 “지난 겨우내 여러분과 함께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위해 촛불을 들었지만 과연 물러날까 하는 회의도 있었다”고 고백한 뒤 “갈수록 늘어나는 촛불은 횃불이 됐고 꽃을 피워 세계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평화롭고 위대한 혁명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올 한올 털실을 뜨개질 한 옷과 목도리를 선물 받은 사연을 공개하며 “촛불이라는 뜨개바늘이 집회에 참가자들과 유가족을 촘촘히 엮어 매듭을 지어줬다”고 했다.



학생들을 대피시키다 숨을 거둔 고(故) 김초원 교사의 아버지 김성욱씨는 “딸의 생일은 참사 당일인 4월 16일이다”며 “학생들이 깜짝 생일선물로 준 귀고리를 한 채 발견돼 더욱 슬프고 원통하다”고 지난 시간을 돌이켰다. 김씨는 “학생들을 두고 나올 수 없다는 사명감으로 학생들을 구하는 데 온 힘을 다했는데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상시 근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박래군 4·16연대는 “다음 달 9일 치러지는 19대 대통령 선거가 열흘 남았다”며 “새로 구성될 정부는 반드시 세월호 침몰의 진상을 규명하고 참사 책임자 처벌을 해야 하며 그럴 자격 없는 후보는 자리에서 내려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촉구 대회가 끝난 후 같은 자리에서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주최로 23차이자 마지막인 촛불집회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