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이승현 기자
2014.03.09 15:46:42
문제의 시험회로 규제기관 사전검사 안 해...한수원 '신고'로만 설치가능 때문
원자로자동정지시스템, 모든 원전에 '비안전성 등급'으로 설치..."문제될 수 있어"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전라남도 영광의 한빛 원자력발전소 2호기가 운전정지 8일 만인 지난 8일 재가동에 들어간 가운데 정지원인이 해당설비에 대한 허술한 검증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의 원전설비가 안전강화 장치임에도 검사기관의 ‘허가’가 아닌 원전 운영사의 ‘신고’만으로 설치됐기 때문이다.
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한빛 원전 2호기는 지난달 28일 원자로자동정지시스템(ASTS)의 시험회로에 오작동이 생겨 가동이 잠정 중단됐지만, 검사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기관)은 이 시험회로를 사전검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ASTS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고만으로 설치가 가능한 ‘비안전성 등급’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 이 설비는 KINS의 허가가 아닌 한수원의 ‘경미한 변경사항 신고’에 의해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안전과 직결되는 ‘안전성 등급’ 설비의 경우 KINS가 엄격한 사전검사를 통해 최종안전성보고서(FSAR)를 작성한 뒤 설치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당초 KINS 내부에서도 ASTS의 등급 수준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다른 안전장치들이 있다는 이유로 ‘비안전성 등급’으로 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원안위 관계자는 “안전성 등급이었다면 세세히 확인할 의무가 있다”면서 “설비를 안전성 등급으로 분류하면 많은 인력과 시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STS는 원전 부지에 설계기준(0.18g)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원자로를 자동정지시키는 안전시스템이다. 한수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대책으로 최근 1년 사이 국내 23기 모든 가동원전들에 이 설비를 ‘비안전성 등급’기준에 따라 설치했다. 한빛 원전 2호기에 설치된 ASTS는 지난해 11월부터 본격 운영됐으며 3개월여 만에 문제가 발생했다.
환경단체는 ASTS가 원전을 정지시켜야 할 상황에서 작동을 안 하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등급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빛원전 민간환경감시단의 한 관계자는 “(원전 중단으로 연결되는) 정지계통의 설비가 비안전성 등급인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원안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비안전성 등급 자체는 문제가 없다. (ASTS가 아니더라도) 다른 장치들에 의해 원전은 제때에 정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안위에서는 안전성이든 비안정성이든 똑같이 관리를 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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