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집값·오르는 교육비'..지갑 닫는 고령층

by안혜신 기자
2013.11.03 15:44:54

LG경제연구원 보고서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지갑을 닫는 고령층이 늘어나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기대여명 증가, 교육비의 빠른 상승, 부동산 불패신화의 종언, 금융위기 후 급격한 금리 하락 등으로 노후대비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3일 ‘노후 대비 부족한 고령층 소비할 여력이 없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60대 이상 고령층이 소비성향의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금융위기 이후 연령이 높을수록 소비성향 하락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2008년 대비 2012년 소비성향은 60대 가구에서 마이너스(-)5.9%포인트(P), 70세 이상 가구에서 -6.8%P 감소했다. 이는 1.6%P 증가한 30대 가구와 -1.9%P 소폭 감소에 그친 40대 가구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연령별 소비성향 역시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합리적인 개인은 근로 세대일 때 소득보다 소비를 적게 해 자산을 축적하고 노후에 그 자산을 처분해 소비한다. 따라서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중·장년층보다 높아야 한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60대 이상 가구의 소비성향은 점차 하락해 2003년을 기점으로 40대 가구보다 더 낮아졌고, 2010년에는 30대 가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즉, 2000년대 초반 60세이상, 50대, 40대, 39세이하 순이었던 소비성향이 지난해에는 40대, 39세이하, 60대이상, 50대로 뒤집힌 것이다.

고 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상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로 교육비의 빠른 상승을 꼽았다. 높아진 대학 진학률과 대학등록금의 빠른 상승 등이 가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다. 고 연구위원은 “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40대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은 1990년대 연평균 12.6%, 2000년대 10.1% 늘어났다”면서 “이는 40대 가구의 전체 소비지출 증가율(1990년대 8.8%, 2000년대 5.0%)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전까지 건재했던 부동산 불패신화의 종언도 고령층의 노후대비를 어렵게 했다. 꾸준히 오르는 집값을 보며 상당수 고령층은 노후 대비를 위한 확실한 투자처로 부동산을 꼽았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고령층의 자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60대 이상 가구의 부동산 평가액은 2006년 2억7000만원에서 2012년 2억원으로 7000만원 줄었다. 고 연구위원은 “앞으로 부동산 가격이 오르기 어렵다는 기대가 확산하며 고령층은 소비를 더욱 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연구위원은 이밖에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 소비에 필요한 자산이 더 많이 필요해진 점, 저금리 기조로 노후자산의 실질가치(물가상승률을 고려한 가치)가 절하된 점 역시 고령층 소비둔화를 야기한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고령층의 낮은 소비성향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학벌 중시 풍조에 따른 교육비의 지속적인 증가, 부동산 가격의 더딘 상승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 연구위원은 “고령층의 소비성향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은 고령층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늘어 주는 것”이라면서 “고령층 근로 확대는 노후부담을 줄이고 동시에재정부담 절감·성장률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