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시장 톺아보기]③씰리침대가 韓에서 렌털하는 이유
by민재용 기자
2013.07.09 10:15:21
국내외 가구사, 에이스벽에 막혀 렌털시장 우회 공략
시장 광고경쟁 일어나면 그 부담은 소비자 몫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세계적인 침대 회사 씰리침대는 유독 한국시장에서만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세계 판매 1위 타이틀을 자랑하지만 한국시장에 진출한 후 에이스침대의 벽에 막혀 고전하자 시장 우회 공략 카드를 꺼내든 것.
매트리스 시장에서 별다른 재미를 못봤던 업계 2위 리바트도 같은 이유로 최근 국내 가구회사 중 처음으로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시작했다. 침대 업계 관계자는 “완제품 시장에서 에이스·시몬스가 구축한 철옹성을 넘지 못하자 국내외 유명 가구사들이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며 “이는 한국시장에서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국내 가구업계 1위 한샘도 매트리스 시장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한샘의 지난해 매트리스 사업 분야 매출은 23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1%에 불과하다.
한샘은 매트리스 시장 공략을 위해 그간 많은 공을 들여왔다. 우선 매트리스 스프링 기술력을 보강하기 위해 지난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스프링 제조업체인 스위스 레멕스사(社)와 의 제조설비를 들여왔다. 레멕스사의 기술은 국내에서 그동안 에이스침대(003800)가 독점적으로 사용해 왔기 때문에 한샘과 레멕스사의 제휴는 에이스침대에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한샘의 매트리스는 에이스침대의 시장 점유율을 크게 떨어뜨리지는 못했다.
| ▲국내 침대 매트리스 시장 점유율 추이(자료: 가구업계 추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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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판매 1위 씰리도 ‘포스처피딕’이라는 독자적 스프링 기술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미미한 편이다. 세계 최초로 정형 의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침대를 제조한 ‘원조 과학’ 침대였지만 한국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침대 업계 관계자는 “에이스침대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로 인해 다른 업체의 브랜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돼 있다”며 “그렇다고 다른 업체들이 에이스침대와 같은 대규모 광고 물량 공세를 펼치기엔 여유가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과점 시장의 가장 큰 피해자는 소비자다. 다양한 제품이 경쟁하는 시장에선 소비자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이는 제품들의 가격 인하 경쟁으로도 이어지지만, 독과점 시장에선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특히 국내 침대 시장처럼 에이스침대 같은 선두권 업체가 동종업계 대비 많은 광고비로 타 업체에 비해 우수한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해 놓은 상황에서는, 다른 업체들은 제품 품질 외에도 광고 등 마케팅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브랜드 인지도가 확연히 차이 나는 상황에서 제품 품질만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같은 스프링 제조설비를 사용하면서도 에이스침대에 비해 시장 지배력이 떨어지는 한샘의 매트리스가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준다. 한샘은 국내 가구1위 업체로 매트리스를 제외한 다른 가구 분야에선 확고한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매트리스 시장에선 에이스침대에 비해 인지도가 확연히 떨어진다.
A침대 업계 관계자는 “한번 사면 10년정도 쓰는 매트리스의 특성상 침대 제조 기술의 차이를 소비자들이 느끼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일단 소비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선 어느정도의 광고가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발 업체들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 선두권 업체와 비슷한 수준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할 경우 이는 고스란히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국내 침대업체들이 너도나도 광고비 지출을 늘리고 이를 제품가에 전가한다면 소비자들로서는 부담하지 않아도 될 돈을 내가며 비싼 침대를 사야하는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
B침대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침대 업체들이 매트리스 렌털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일단 자사 침대를 부담없이 사용해 보라는 성격이 강하다”며 “제품 품질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매트리스 렌털시장은 앞으로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