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8개 도청소재지 대표 걷기 코스
by조선일보 기자
2009.10.01 11:43:00
명절 뱃살, 가족과 함께 걸으며 덜어내 볼까?
[조선일보 제공] 송편만 먹으면 좋을 것을,‘추석은 풍요의 명절’이라며 전·산적·불고기 닥치는 대로 집어 먹고 말 게 뻔하다. 급히 붙은 살은 바로바로 제거하는 게 상책. 올 추석엔 운동화를 꼭 챙기자. 세 시간 가뿐히 걸으며 명절 분위기 제대로 낼 수 있는 서울 고궁 길을 비롯해 한반도 여덟 개 도청소재지의 대표 걷기 코스를 소개한다. 걷기 코스는 각 시청·군청 문화관광 담당자 및 걷기 동호회 회원들이 추천했다.
광화문 경복궁에서 창덕궁, 창경궁, 종묘로 이어지는 약 10㎞ 길은 편하고 볼거리 많은 역사 산책로다.
길의 시작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5번 출입구 밖으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국립고궁박물관(02-3701-7500·무료)에서 조선 왕실의 기품 있고 화려한 문화유산을 관람한 후 경복궁(02-3700-3900·관람료 3000원) 흥례문으로 들어서 궁을 둘러본다. 민속박물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동문을 통해 경복궁을 나온 후 오른쪽으로 간다.
| ▲ 광화문에서 경복궁을 지나 창덕궁 창경궁 종묘까지…. 명절을 맞아 모처럼 한적한 서울 시내에서 조선의 역사 속을 걸으며 마음을 살찌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창덕궁. / 조선영상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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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사거리까지 가서 안국역 방면으로 15분 정도 걸으면 안국역을 지나 창덕궁(02-762-8261) 돈화문에 미친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은 문화해설사와 동행해야 관람이 가능하다. 오전 9시15분~오후 4시45분, 매시 15분·45분에 입장 가능하며 관람은 1시간20분 정도 걸린다(관람료 3000원).
창덕궁을 보고 나와 창덕궁과 창경궁(02-762-4868·창경궁 종묘 종합 관람료 1000원) 담장 사이 길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에 15분 만에 닿는다. 홍화문을 통과한 후 곧바로 오른쪽으로 틀어 예전에 활을 쏘고 과거를 보던 장소에 만들어진 연못 춘당지를 돌아 나와 종묘와 연결된 육교를 건넌다.
창덕궁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종묘(02-765-0195)엔 조선 왕과 정비(正妃)의 신위(神位·혼을 모시는 자리) 68위가 있다. 종묘의 정전(正殿)은 건축양식이 단순하지만, 우리나라 전통 단일 건물로는 가장 긴 건물이어서 차분하면서도 장중함이 넘친다. 종묘 걷기를 마쳤으면 정문을 나와 종묘공원을 거쳐 큰길까지 간다. 오른쪽을 보면 종착점인 지하철 3·5호선 종로3가역이 멀리 보인다. 창경궁·고궁박물관은 월요일 휴관, 경복궁·창덕궁·종묘·민속박물관은 화요일 휴관.
경북대 박상진 명예교수가 쓴 책 궁궐의 우리 나무(눌와·2만원)는 고궁과 함께 나무에 관한 지식을 배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도구다. 궁에 있는 나무의 정확한 위치를 점으로 표시하고 각 나무에 얽힌 옛 이야기와 상식을 사진과 함께 쉽게 풀어준다.
'서두르지 말고 화려하게 하지 말며 기초를 단단히 쌓는다.' 18세기 말 수원 화성(華城) 건축의 총책임자였던 채제공이 세운 원칙이다. 5.7㎞에 달하는 성곽 둘레 산책로를 천천히 돌다 보면 옛사람의 원칙을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는 생각에 휩싸인다. 화성은 조선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이 있는 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방어기지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1호선 수원역 북측 출입구 앞에서 11·13·13-3·36·39번 버스를 타면 약 10분 만에 화성 서장대 출입구 앞에 내린다. 수원역에서 서장대, 팔달문 등 수원역과 가까운 출입문까지 걸어가면 40분 정도 걸린다. 문의 수원화성 운영재단 (031)251-4435
구곡폭포 관리사무소 좌측 임도를 통해 문배마을에 올랐다가 숲길을 통해 다시 구곡폭포로 내려오는 길은 숲과 물과 먹을거리가 있어 가족 산책에 제격이다. 예닐곱 가구가 모여 사는 소박한 문배마을에선 산채비빔밥 같은 산골 음식을 판다. 경춘선 강촌역과 가깝다.
대전걷기연맹 이갑영 대표는 각종 걷기·달리기 행사가 열리는 대덕구 계족산 장동 휴양림을 "단연 편한 길"이라고 추천했다. 산을 에둘러 걷기 때문에 경사가 거의 없는 게 특징. 전체 산책로는 약 43㎞, 신발 벗고 걸어도 될 정도로 보드라운 황톳길은 약 13㎞.
백제 시대 만들어졌다고 전해 내려오는 상당산성(상당구 산성동)은 둘레가 4.2㎞ 정도 된다. 완만한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는 길을 걷는 데 2시간 정도 걸린다.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청주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분청사기로 이름난 몽탄면 이산리에서 연꽃으로 유명한 '회산 백련지'(일로읍 복용리)까지, 영산강을 따라 걷는다. 이산리에서 음식점이 많은 백련 민박마을까지는 10㎞ 정도. 백련지까지는 다시 1.5㎞ 정도를 걸어야 한다. 백련지를 한 바퀴 도는 데만도 1시간(약 3㎞) 정도 걸리기 때문에 시간이 빠듯하다면 백련지에만 들러도 되겠다.
연밭으로 이름난 덕진공원(덕진구 덕진동·063-279-6871)은 밤새 조명을 켜놓는다. 천천히 한 바퀴 둘러보는 데 1시간30분~2시간 정도 걸린다. 전주한옥마을(완산구 교동·063-282-1330) 관광안내소에선 한옥 사이를 구석구석 둘러볼 수 있도록 '뚜벅이 지도'를 나눠준다.
경사가 완만해 산행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다. 정상 부근 억새가 모양새를 자랑한다. 토월나들목 부근 괴산약수터에서 진례산성 남문→비음산 정상→진례산성 동문→포곡정 지나 진례산성 남문으로 돌아내려 오는 길은 4.1㎞,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대구 녹색소비자연대에서 지난해 9월부터 제주 걷기 코스인 '제주 올레'를 본뜬 '대구 올레'를 개발 중이다. 현재 3코스까지 만들어졌는데 가족과 함께 편히 걷기는 금호숲·금호강을 포함한 1코스가 무난하다. 녹색소비자연대에서 붙인 파란 리본을 따라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