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엄평용 대표, "300년 경주 최 부잣집의 비밀"

by임종윤 기자
2007.11.22 10:48:16

[유진테크 엄평용 대표]  얼마전 ‘경주 최 부잣집 300년 부의 비밀’이라는 책을 읽었다. ‘부불삼대’라 하여 부자도 길어야 삼대를 가지 못한다는 옛 말이 있는데 경주 최부잣집은 12대에 걸쳐 300년동안 존경받는 부자로 가문을 유지하였고, 1950년에는 전 재산을 대학에 기증함으로써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였다.
 
유럽에서 가장 오래 부를 지녔던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도 200년 이상 그 부의 명맥이 이어지지 못하였다고 하니 부를 이루는 것도 어렵지만 부를 지키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일 것이다.

경주 최 부잣집이 300년 이상 부를 유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떻게 부를 이룰 것인가 보다 여섯가지 가훈(육훈, 六訓)과 여섯가지 처신의 법칙(육연, 六然)이 그들 가문의 정신적 저력이자 구심점으로 작용해 사회적 윤리를 실천 하며 존경 받는 부자로 300년의 명문가를 이루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그 여섯가지 가훈 중에 ‘재산을 만석이상 모으지 말라’는 가훈이 있는데 이는 필요이상으로 축적된 재물을 사회에 환원하고 많이 가진 자의 도덕적인 의무를 다 하라는 뜻이 숨어 있다. 또한 다른 지주보다 소작료를 훨씬 적게 받고, 재산이 만석이 넘으면 소작료를 낮추어서 많은 땅을 농민들이 일구도록 했다. 이러니 농민들은 최 부잣집의 땅이 더 늘어나기 바랬고 때문에 ‘우리 최 부자님 더욱 부자 되게 해주십시오’ 라고 기원 했다고 한다.
 
경주 최 부잣집의 또 다른 가훈으로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훈이 있다. 흉년이 들어 평년작에 반도 못 미치는 생산으로 두 집 건너 한 집은 굶는 형편이 되어 한 해에 수천명 씩이나 굶어 죽어 나갈 정도였는데 최 부자 집에서는 다른 지주가 받던 소작료보다 훨씬 낮은 소작료만 내고 그마저도 흉년이 닥치면 소작료를 다시 낮추어 주어 소작인들을 감복 하게 하였다고 한다. 또한 집 앞 마당에 큰 솟을 걸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연일 죽을 끓여 흉년에는 최 부잣집의 큰 창고가 거의 바닥이 들어날 정도였다고 하니 부호라기보다 자선사업가라는 표현이 맞을 듯하다.
 
6가지 가훈말고도 처세술을 담은 ‘육연(六然)’이 있었는데 가문에 그 자체로 인륜의 근본이고 훌륭한 교양지침이자 인생철학이 되었다. 그 중 득의담연(뜻을 얻었어도 담담하라)과 실의태연(뜻을 잃어도 태연하라)은 그들의 마음과 정신의 원칙으로 재물과 권력과 명예를 적절하게 하여 품격을 지킬 수 있었던 방책이 되었을 것이다.



최근 국내외기업들이 기업활동에 대한 불신을 통감하고 사회적 책임을 인식하며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좋은 기업이 되려면 경제적으로 이윤을 창출는 일 뿐만 아니라 종업원, 협력회사, 지역사회주민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적,윤리적으로 건전해야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장과 함께 사회가치를 실현해나감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과 가치를 나누는 일은 나눔을 받는 사람 뿐 아니라 기업에게도 ‘도움이 되는 활동’이 아닌 ‘반드시 필요한 활동’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기업은 단순히 사회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사회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생존해야 하고 경제적인 요구뿐만 아니라 사회의 여러가지 요구를 충족시켜야만 존속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 최 부잣집의 이러한 부의 정신이 그 사회적 책임과 함께 300년을 이어오며 실천 되었다니 무척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성장과 기여를 함께 실천한 경주 최부잣집의 300년 철학과 정신이 현대를 사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최부자 가문의 마지막 부자였던 최준은 평생을 다음과 금언을 평생 잊지 않고 살았다고 한다. “ 재물은 분뇨와 같아서 한 곳에 모아두면 악취가 나지만 골고루 사방에 흩뿌리면 거름이 되는 법이다.” 우리 주위에 나눌 줄 아는 아름다운 부자가 넘쳐나기를 소망해 본다.

<약력>
광운대학교 응용전자공학과 졸업
1984~1988 현대전자(現 하이닉스 반도체)
1988~1994 테라다인 코리아
1994~1999 브룩스오토메이션
2000.1~   유진테크 대표이사 사장
2000년  1월 법인설립
2000년  7월 벤처평가 우수기업
2000년 12월 하이닉스반도체와 장비공동개발 계약 체결
2005년  8월 본사 및 공장 신축 이전(용인)
2005년  8월 삼성전자와 공동장비개발계약
2006년  1월 코스닥상장
2007년  3월 삼성전자에 비메모리용 장비 초도 공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