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2050년까지 전 세계 석유 수요 하루 1억배럴 유지”

by방성훈 기자
2024.08.27 09:14:58

"재생에너지 전환해도 인구 증가·산업계 수요가 상쇄"
"투자 멈추면 공급 줄어 오일쇼크 초래할 것" 경고
BP·IEA 등 대다수 감소 전망과 대비…OPEC과는 비슷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의 석유가스업체 엑손모빌이 2050년에도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사진=AFP)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이날 글로벌 전망 보고서에서 세계 인구가 증가세를 지속해 2050년까지 총 에너지 사용량이 15% 증가할 것이라며, 같은 기간 글로벌 석유 수요도 하루 1억배럴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계속하지 않는다면 원유 공급이 감소해 가격이 4배로 급등할 것이라며 새로운 ‘오일 쇼크’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엑손모빌은 “2050년까지 자동차의 휘발유 수요는 4분의 1로 줄어들겠지만, 최대 소비원인 산업계 수요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며 “제조업, 석유화학 생산을 비롯해 선박, 트럭, 항공 등 대형 운송이 전 세계 석유 수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에너지 효율성 향상, 탄소 포집 및 신재생 에너지와 같은 기술 도입으로 탄소 배출량은 2050년까지 (현재보다) 25% 감소할 것”이라며 “2030년 이전에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탄소배출 감축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화석연료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에는 실패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엑손모빌이 제시한 탄소 감축량 역시 FT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순제로 목표 달성에 필요하다고 명시한 감축량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엑손모빌의 글로벌 석유 수요 전망은 2045년까지 하루 1억 1600만배럴에 이를 것이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견해와 유사하다. 반면 대다수 전망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엑손모빌의 경쟁사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2050년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7500만배럴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성공하면 2050년 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5480만배럴로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IEA는 지난 6월 “석유업체들이 현재 수준으로 생산량을 계속해서 늘리면 세계는 10년 안에 막대한 공급 잉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 운동가들은 엑손모빌의 예측은 신규 생산을 지원해 달라고 투자자들에게 호소한 것이라며, 쇠퇴하는 산업의 마지막 발악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환경단체인 스탠드어스(Stand.earth)의 한나 사가우는 “전 세계 정부와 금융기관이 에너지 전환에 전념한 이후 석유 (공급) 확장에는 장기적인 미래가 없다. 실질적 위험만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