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기만 하던 두산은 이제 없다…로봇 M&A에 2850억 장전[김성진의 인더백]

by김성진 기자
2023.09.24 16:00:00

두산로보틱스, IPO로 4212억 확보
구주매출 없이 공모 100% 신주로만
AMR·AI 등 신사업 2850억 투자 검토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코로나19 사태 직후 유동성 위기에 빠져 3조원이 넘는 자산을 매각했던 두산그룹이 계속해서 신사업 확장에 속도를 낸다. 지난해 3월 국내 웨이퍼 테스트 분야 1위 업체인 테스나를 4600억원에 인수한 두산그룹은 올해 두산로보틱스 기업공개(IPO)를 통해 모집한 자금 상당부분을 로봇분야 인수합병(M&A)에 쓰기로 결정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두산로보틱스는 최대주주 ㈜두산의 구주매출 없이 전액 신주로만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총 공모주식수는 1620만주로 기관과 우리사주에 각각 55%(891만주), 20%(324만주)가 배정되고 나머지 25%(405만주)는 일반투자자에 배정된다.

(사진=두산로보틱스.)
구주매출이란 기업이 상장할 때 기존 주주가 갖고 있던 주식(구주)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파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신주발행과는 달리 기존 주주의 주식을 공모주 투자자들이 사들이는 것이다. 구주매출 비중이 높은 IPO 기업은 신규 투자금이 기존 주주에게 흘러 들어가 상장 후 사업을 확장에 애를 먹는 경우도 발생한다. 실제로 주식시장에서는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이유로 상장이 철회되는 경우도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이번 공모를 전부 신주 발행으로 진행하며 신규 자금을 최대한 사업확장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이번 공모가는 희망공모가(2만1000~2만6000원) 범위 상단인 2만6000원으로 결정돼 최대 4212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두산로보틱스가 공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신규 확보 자금 중 대부분은 ‘타법인인수자금’에 활용된다. 자율주행로봇(AMR) 및 AI 등 기타주변 기술 기업을 인수하고 스마트팩토리 관련 파트너십, 팔레타이저(박스, 백, 캔 등을 로봇 시스템으로 적재하는 최신의 공장자동화 설비) 등 투자에 2850억원을 배정해놨다.

두산로보틱스는 “현재 당사의 로봇 Arm과 가장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가 AMR인 것에 주목해 국내외 유수 AMR 기술을 보유한 회사들을 인수대상으로 검토 중에 있다”며 “이는 사업 성장 및 매출 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매우 중요한 부분인만큼 유입되는 공모자금을 우선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두산로보틱스는 유럽 물류 로봇 솔루션 시스템통합(SI) 업체에 지분투자를 제안한 상태로 해당 업체는 두산로보틱스의 제안을 내부 검토하는 중에 있다. 이외에도 AI 솔루션, F&B 솔루션 SI 등 우수한 기술력 보유 업체에 대한 투자를 논의하고 있으며 북미 및 유럽 기타 AMR 업체 지분인수 검토도 진행하고 있다.

나머지 공모자금 중 451억원은 ARM, 솔루션 등 신규 제품 개발에, 310억원은 수원공장 증설과 제 2공장 신설에 활용된다. 301억원은 운영자금, 250억원은 단기차입금 상환에 쓰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