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 물 활용한 친환경 반도체 제조 신기술 개발

by오희나 기자
2015.08.23 12:00:00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에 탄력 붙을 것으로 기대"

정대성 중앙대 교수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국내 연구진이 물을 활용한 친환경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대성 중앙대 교수와 김윤희 경상대 교수 등 국내연구진이 유기용매 대신 ‘물’을 이용해 친환경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물은 특허로 출원됐고 재료분야 세계적인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 19일 자에 게재됐다. 특히 VIP논문으로 선정돼 표지논문으로도 게재될 예정이다.

유기반도체는 유기체(탄소와 탄소 화합물)로 만들어진 반도체로 주로 쓰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가볍고 유연하며 적은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해 유기발광 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기 등에 활용되고 있다.

유기반도체로 다이오드와 같은 장치를 구현하려면 고체 형태로 제조된 유기반도체를 녹여서 필름(박막)으로 성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기반도체를 고르게 분산시켜 녹이기 위해 유기용매를 활용하는데, 이 용매는 근본적으로 내부 부식성과 인체 유해성이 있어 환경규제와 비용을 고려할 때 이를 대신할 친환경 용매가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진은 물과 같은 친환경 용매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계면활성제를 활용하면 반도체를 물에 녹일 수 있음이 밝혀졌으나, 이 때 활용한 이온성 계면활성제는 반도체 박막 형성 후에도 활성제가 일부 내부에 남게돼 전하 이동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은 기존 연구에 활용된 적이 없었던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를 새로운 구조로 개발해 활용할 경우, 기존 이온성 계면활성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이에 따라 에틸렌글리콜을 친수성 영역으로 하고 탄소사슬을 소수성 영역으로 하는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를 개발했다. 이 활성제를 활용해 유기반도체 박막을 제작하자, 박막 형성 후에 활성제가 손쉽게 떨어져 나가 전하의 흐름을 유지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개발한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유기반도체를 물에 분산시킴으로써, 물로부터 고성능 유기반도체 박막 제조에 성공했다.

이 유기반도체 박막을 구동한 결과 높은 전하이동도(2.5 cm2/Vs)를 보였고, 이는 기존의 유기용매로 만들어진 유기반도체뿐만 아니라 실리콘 등의 무기 반도체와 비교했을 때에도 유사한 수준이다.

정대성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세계 최초로 물을 활용한 고성능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핵심 개발기술인 디스플레이와 각종 이미지 센서 등의 제조에 친환경 기술로 접목될 수 있어 산업계로부터 크게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유기반도체소재를 ‘물’에 분산시키고, ‘물’로부터 공정을 하고 최종적으로 계면활성제를 제거하는 실험과정의 모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