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연기금이 대기업 견제해야"

by문영재 기자
2011.04.26 09:30:00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서 `주주권 적극` 강조
"지배구조 개편해야..자산운용부문 독립법인화 필요"

[이데일리 문영재 기자] 곽승준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이 26일 국민연금 등 공적 연·기금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해 새로운 논란이 일 전망이다. 곽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및 지배구조 선진화란 주제의 3차 미래와 금융 정책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국내 4대 연·기금이 미국 등 민간 연·기금과 성격이 다르다며 벌써부터 반발하는 모습이다.


곽 위원장은 "공적 연·기금이 주주권을 성실하게 행사하는 것은 가입자들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법적 기본의무를 다하는 것"이라며 "민법상의 기본원리일 뿐만 아니라 국가재정법에서도 규정한 의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나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정부의 직접 개입보다는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접근하는게 보다 시장친화적인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곽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대기업 견제를 밑바탕에 깔고 있는 것이어서 향후 대기업의 대응이 주목된다.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간접지배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선진국의 주요 연·기금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좋은 기업지배구조의 정착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통한 시장 신뢰를 확보키 위해 경영자 협의나 이사후보 추천 등 주주제안 및 의결권 행사 등의 방법으로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한금융(055550) 경영권 분쟁과 삼성전자(005930), 포스코(005490), KT(030200) 등 대기업의 주주가치침해 사례를 꼽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곽 위원장은 "지난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신한금융의 경영권 분쟁에서 2대주주인 국민연금(6.08%)이 일본계 주주 등과 달리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은 불합리한 사례"라며 "삼성전자도 현재 국민연금이 2대 주주로 보유지분(5.00%)이 이건희 회장(3.38%)보다도 많은데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해 왔는지 매우 의문시된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와 KT 등 오너십이 부족한 대기업의 경우 방만한 사업 확장 등으로 주주가치가 침해되고 국내 경제에 역효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강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가 예견됐음에도 기존 휴대전화 시장에 안주해 결국 아이폰 쇼크에 당황했다"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기존 아이템의 효율화와 재무구조 안정에는 성공하고 있지만 쌓아 놓은 내부 유보금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연결시키는데 있어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대기업들이 미래 먹거리인 신수종 분야 개발이나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는 시각이다.


곽 위원장은 또 "우리 경제는 아직 노블리스 오블리주 구현을 위한 성실납세와 동반성장 등이 취약하고 정부의 요구가 있어야 마지 못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우리 경제는 내부에서 혁신이 일어나도록 누군가가 촉진자(catalyst)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곽 위원장은 "국내 경제가 대기업 위주의 과점체제와 수직계열화의 확대 등으로 경제 전체의 창의력과 활력이 크게 약해지고 있다며 결국 30~40년 장기 투자하는 공적 연기금에게도 큰 위협이 되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의 내부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치논쟁 등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 자체의 지배구조를 개편, 기금운용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 과제"라며 "현재 국민연금의 자산운용부문을 독립법인화하고 자산운용의 전문성·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입법안이 제출돼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회의 논의도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국민연금의 기금 적립액은 지난해말 현재 324조원으로 오는 2020년 924조원, 2043년 2500조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또 작년말 기준 55조원을 국내 주식에 투자해 139개 국내 기업에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