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콘텐츠를 살리자)③`환경은 급변, 규제는 제자리`

by양효석 기자
2010.09.03 10:10:00

종합편성채널 도입 등 방송시장 급변
시청점유율 높아져도 수익은 제자리
"방송광고 규제 면밀하게 재점검 해야"

[이데일리 양효석 기자] 2012년 1월6일. 2010년말 선정된 종합편성채널의 첫번째 제작 프로그램이 케이블TV를 통해 방송되기 시작했다. KBS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신료를 인상했고, 그 대신  KBS2에선 더이상 광고방송이 나오지 않는다. 또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이외에도 민영 미디어렙이 설립되는 등 방송광고시장에 일대 변혁이 일고 있다.

앞으로 16개월 뒤 이 같은 상황이 현실화 된다면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미칠 영향을 무엇일까?

PP 사업자들은 현행 유료방송 광고시장 및 제도 하에선 수익성이 매우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종편 등장은 기존 PP 광고시장을 잠식하고, 민영 미디어렙 설립과 KBS 광고폐지가 이뤄져도 다른 지상파방송이 혜택을 더 많이 누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부 등 정부는 글로벌미디어그룹 육성과 콘텐츠 수출 확대 의지를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PP들의 콘텐츠 제작 능력 제고가 절실한 시점이다. PP 육성이 더욱 절실한 시기이다. 때문에 업계를 비롯한 언론학계에서는 유료방송PP 광고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지상파방송에 밀리는 유료방송 PP

유료방송 PP의 시청점유율은 지난 2007년 38%, 2008년 41%, 2009년 47%까지 높아졌다. 반면 광고매출 점유율은 2007년 20%, 2008년 21%, 2009년 21%로 비중이 낮은 편이다. 작년 기준으로 유료방송 PP의 광고매출 점유율 21%를 제외한 나머지는 지상파방송과 그 계열PP들이 차지했다.

유료방송PP의 지속적인 시청률 성장에도 불구하고, 광고비는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전체 유료방송PP의 광고비 변화를 살펴봐도 비슷하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상승세를 보이다가 이후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작년에는 오히려 감소했다.

 


이 같은 현상은 광고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PP 현실을 감안하면 큰 어려움이다. 작년말 기준 전체 PP의 수입원중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55%나 된다. 광고의존율이 높은 상황에서 광고시장이 악화되면 유료방송 PP들의 자립도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한 MSP가 시뮬레이션 한 결과에 따르면, 종합편성채널 등장은 기존 PP 광고시장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또 KBS2 광고량 축소때 KBS2 광고물량의 약 30∼50%가 다른 지상파방송으로 흡수될 것으로 분석됐다. 또 한가지 관건은 종편의 경쟁력이다. 종편이 얼마 만큼의 경쟁력을 갖고, 지상파방송이 흡수하고 남은 광고물량을 가져갈지가 문제다.

박현수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기존PP의 광고시장 성장은 미약할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PP들의 광고시장 성장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지상파에 집중된 가상·간접광고



지난 3월26일 김연아 선수로 인해 이목이 집중됐던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경기장 중간에 갑자기 없었던 삼성전자 하우젠 광고가 떴다. 당시 수도권 평균 시청률은 12.7%로 높은 편이었다. 5월2일 SBS 인기가요 방송 중간에도 순위발표를 하면서 포털사이트 네이트의 검색창이 나왔다.

가상광고·간접광고가 본격화되고 있다. 가상광고는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방송을 시작으로 지난달까지 지상파 3사에서 9건이 집행됐다. 가상광고의 가격은 해당 프로그램 일반광고 단가의 1.5배 수준이다. 간접광고도 5월2일 SK컴즈를 시작으로 본격화 됐다.

▲ 드라마속 커피전문점 로고를 보여주는 간접광고(왼쪽)와 경기중간 관중들 위로 광고하는 가상광고


가상·간접광고 도입으로 PP 광고매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PP 광고매출은 2011년 92억원, 2014년 168억원 정도의 플러스 효과가 있을 전망이다.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PP협의회 관계자는 "가상·간접광고 집행에서 PP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지상파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고 주목도 떨어져 광고주들이 지상파 프로그램을 선호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유료방송광고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지상파와 유료방송간 이원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상광고의 경우, 운동경기 하프타임 또는 경기휴식시간에 방송 흐름에 저해되지 않는 범위내에선 경기장·관중 위로 화면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간접광고도 노출상표 등과 관련된 대사·자막노출을 금지하고 있으나, 이를 일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방송광고 편성시간 규제도 개선해야

현행 유료방송 광고시간은 방송프로그램광고·중간광고·토막광고·자막광고 등을 포함해 시간당 평균 10분 이내이다. 시간단 최대허용량도 12분으로 제한된다. 특히 중간광고는 1분내 3건 이내, 토막광고는 1분40초내 5건 이내, 자막광고는 10초내 매시간 6회 이내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유료방송 PP들은 중간광고를 매회 3건으로 제한함으로써 상당한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대부분의 광고물은 15초 분량으로 제작된다. 때문에 1분 이내 3건을 광고하면 45초 밖에 할 수 없다. 15초 만큼 손해인 셈이다. 아니면 4건을 운행하고 벌금을 내야한다.

박현수 교수는 "방송광고시간 편성규제에 대해서는 단계별 차등규제가 필요하며, 궁극적으로 간략한 규제만 존재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향후 3∼5년후 일일 광고시간 총량만 240분을 유지하면서 세부규정은 자율에 맡기도록 하자는 얘기다. 시청자 외면을 받지 않기 위해선 PP사들이 자율적으로 자정능력을 키울 것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