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환율·주가·금리 모두 조정국면

by이진우 기자
2002.01.14 12:14:17

일단 130엔대 위쪽으로의 안착은 이루어 낸 채 주변국가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가겠다는 모습을 보이는 달러/엔, 종합주가지수 750 돌파가 번번이 좌절되는 가운데에 외국인들은 살금살금 그 동안 사 두었던 주식을 팔아 한 주간 내내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였던 증시, 그 와중에 원화환율은 지난 주 주초 급락세를 잠깐 보인 뒤 회복세를 지속해 주말 종가 1315.50원으로 마감하였습니다. 2년 연속 연말연시를 기해 출렁거리는 장세를 보이며 전일종가 대비 10원 가까운 변동폭을 예사로 기록하고 있어 외환시장참여자들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새해를 맞아 새 마음, 새 각오로 거래에 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그 동안의 몸풀기 수준에서 본격적인 거래에 들어가 볼까 하는 시점에 막상 시장은 가장 어렵고 헷갈리는 조정국면에 돌입했습니다. 둘둘 걷어 부쳤던 와이셔츠 소매를 다시 내리고 차분해질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 ◇왜 이 대목에서 조정인가? 첫째, 환율 부문을 살피면 우선 달러/엔의 상승세가 주춤거리고 있다. 135엔, 135엔 하며 일본 관료들과 시장이 노래를 불렀지만 막상 133.34에서 일단 달러의 엔화대비 급등세는 조정국면에 돌입했다.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요인은 일본사람들의 영악함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동남아 5개국 순방에 접어 든 시기에 마치 입이라도 맞춘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 동안 엔화약세를 부추기는 발언을 계속 해 오던 자들이 "이 정도면 천천히 앞뒤를 살피면서 가자."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기네 총리가 동남아 순방 중에 "급격한 엔화약세에 대한 각국의 우려 표명"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배려로 생각할 수도 있고, 정말 무시하기 힘든 외교적 압력에 처했을 수도 있다. 달러/엔 시장 자체가 이미 상당히 무겁게 달러 롱(달러매입/엔화매도) 상태로 굴러 온 상황에서 3월 말 결산과 관련한 일본기업들의 본국송금용 엔화수요라는 해마다 이맘때 쯤 이면 부각되는 재료가 시장에 묵직한 수급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달러/엔이 주춤거리면 우리 원화환율도 위쪽으로 계속 가기에는 힘들다. 1262원에서부터 1334원까지 단숨에 달러/원 환율이 치솟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로지 "급격한 엔低"라는 재료 하나에 기인한 것이었는데, 그 달러/엔이 당장에는 급하게 뛰어 오를 가능성이 줄어들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지난 연말처럼 외국인들의 주식매수자금 유입같은 수급상의 달러공급요인을 짚어 내기도 힘든 요즈음에 언제 다시 튀어 오를지 모르는 달러/엔 때문에 우리 환율의 하방경직성(下方硬直性) 또한 여전하다. 월요일 오전 장에서 관찰되는 바로는 일단 1310원 언저리는 달러매수에 나설 만하다고 여기는 세력들이 많다. 둘째, 주식도 상승 랠리를 이어 가기에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라는 선취매성 재료로 나아갈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 서울과 뉴욕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서울의 종합주가지수는 750포인트, 뉴욕의 나스닥 지수는 2100, 그리고 다우존스 지수는 1만200 포인트가 당장에 넘어서기 힘든 벽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레벨들을 돌파하려면 "앞으로는 좋아질 거야."는 기대감 만으로는 힘들며 정말 경기가 호전되고 기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지표들이 뒷받침 되어야만 증시로 유입되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자금들이 움직일 수 있다. 지난 금요일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가뜩이나 힘에 부쳐 헉헉거리는 뉴욕증시 투자자들에게 찬 물을 한 바가지 껴 얹었다. 그나마 상승기조를 유지하던 뉴욕증시는 그린스펀의 "美 경제 조기회복 불투명" 발언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미국 국채가격은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과 경기회복 불투명이라는 재료로 제법 큰 폭으로 뛰어 올랐다. 월요일 아침 서울의 증시는 그 와중에도 720포인트가 강하게 지지되면서 여전히 상승세의 지속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연말연시를 기해 Global portfolio 조정측면에서 한국주식 매수에 바짝 열을 올렸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 주 이어 질 미국기업들의 4분기 실적발표를 살펴가며 추가매수냐 차익실현이냐의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연일 늘어나는 개인투자자들의 고객예탁금 추이로 미루어 보건대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는 정도라도 발표되고 외국인들이 조금만 더 장을 끌어 당기는 시늉만 하더라도 증시는 최대한 조정기간과 폭을 짧게 마무리하고 800 포인트 진입을 위한 재시동을 걸 가능성이 높다. 셋째, 최근의 금리 급등세가 주춤하며 채권시장이 다소 활기를 찾는 모습이 감지되나 채권시장 또한 최근 며칠 간의 금리하락(채권가격 상승)을 추세전환 이라기 보다는 조정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채선물의 가격 움직임만 봐도 그렇다. 지난 금요일과 오늘(11월 14일 월요일) 이틀에 걸쳐 갭 업(Gap-up) 장세가 펼쳐졌지만 그 기세를 이어 쭉쭉 뻗어 나가기 보다는 그 틈을 이용한 매물출회가 계속 이어져 장 중 움직임은 그다지 탄력이 없어 보인다. 저금리가 기업들의 활발한 설비투자를 유발하지는 못하는 가운데에 그러한 저금리 기조지속으로 인해 골병 들어가는 금융기관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그리고 어느 정도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상황이라 채권시장도 일방적인 강세를 주장하기에는 후달거린다. 결국 주식, 채권, 외환의 3대 금융시장이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졌던 가격 움직임에 대한 조정국면에 접어 들었고, 이러한 조정국면이 시장참여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인내와 느긋함이다. ◇달러 롱이 편하다는 인식은 여전해 지금 환율은 좁게 보아 1308원~1318원, 넓게는 1298원~1330원 정도의 박스권 안에서 그날그날의 뉴스와 수급상황에 따라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 일방의 추세를 주장하기에는 앞서 살펴 본대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시장참여자들의 심리는 "달러 롱이 그래도 편하다."라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1300원이 의외로 단단함이 확인되었고, 달러/엔의 하락세는 추세전환이라기보다는 일본당국의 속도조절에 의한 "조정국면"이라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외로 최근의 주가 급등세에 대해 "의심하는 세력"들이 많다. 이 부분은 양면의 칼날처럼 작용할 수 있는데, 그만큼 주가가 향후 추가 급등세를 이어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반면, 아직 모두가 주식이 간다라고 믿지 않기에 정말 증시에 큰 장이 설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번 주 달러/원 거래는 조정장세의 특징을 염두에 두고 임하면 되겠다. 첫째로는 철저한 장 중 고점매도나 저점매수 전략으로 나아가야지 애매한 레벨에서의 베팅은 금물이라는 점이다. 둘째, 지난 금요일 장 막판 급등세에서 확인되었듯이 이렇다 할 실수물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장에서 시장참여자들이 과도하게 숏이나 롱으로 몰려 다니다가는 포지션이 꼬일 수가 있다. 셋째, 하루하루 그려지는 차트에 이리저리 선들을 그어 보다가 어느 시점에 "의미있는 선의 돌파"가 이루어지면 과감하게 따라 나설 필요가 있다. 그리고 두 가지만 추가로 언급하고 마무리하고자 한다. 첫째, 달러/엔이나 달러/원 환율이 추세를 이루며 움직이듯 엔/원 환율에도 추세가 있다는 점이다. 100엔당 1000원이라는 Critical level은 새해 들어 일찌감치 깨져 버렸다. 심리적으로도 상당히 중요한 레벨이었는데, 한 번 무너진 지지선은 상당 기간 저항선으로 작용하는 시장의 속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둘째, 2000년 연말이나 2001년 연초에 경험하였던 역외세력의 그 무시무시한 파워가 최근 들어 많이 약해졌다. 밤 사이에 이루어진 NDF 시세를 너무 추종할 것도 아닌 듯 하며, 그들의 매수세나 매도세를 유심히 관찰하여 "속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