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만 누르면 5분 안에 사망”…60대女, ‘조력사망 캡슐’ 첫 사용

by권혜미 기자
2024.09.25 08:15:27

조력사망 기기 ‘사르코’, 미국 여성이 사용
스위스 경찰 “판매·운영 관련자 체포”
“사르코, 법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아”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스위스에서 캡슐에 들어가 버튼을 누르면 5분 내로 사망하는 ‘조력사망 기기’가 불법적으로 사용돼 당국이 관련자들을 체포해 수사에 들어갔다.

24일(현지시간) 스위스 샤프하우젠주 경찰은 사망을 돕는 캡슐 기기인 ‘사르코’를 이용한 사람이 법에 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목숨을 끊도록 방조·선동한 혐의로 사르코 판매·운영 관련자 여러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샤프하우젠주 검찰은 검거된 이들을 상대로 형사소송 절차를 밟고 있다.

조력사망 기기 사르코.(사진=AFP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사르코는 전날 오후 4시 1분쯤 샤프하우젠주의 한 숲속 오두막집에서 사용 승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로 가동됐다.

사르코를 이용한 64세 미국 여성은 사망했고, 관련 제보를 받은 경찰은 현장으로 출동해 사르코 사용 등에 관여한 이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사르코는 사람이 안에 들어가 누울 정도 크기의 캡슐이다. 기기를 닫고 버튼을 누르면 질소가 뿜어져 나와 5분 내로 고통 없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

사르코가 이용되는 ‘조력사망’은 치료 가능성이 없는 환자가 직접 약물 투여 등 방법으로 스스로 죽음을 맞는 것을 의미한다. 의료인이 약물을 처방하되 환자 스스로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안락사와 구분된다.

스위스는 조력 사망 허용국이다. 지난해에도 1200여 명이 조력사망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사는 2주 간격으로 최소 2번의 심층 상담을 거쳐 환자에게 약물을 처방할지 정한다.

다만 이런 스위스도 사르코에 대해서는 판매·사용을 승인하지 않았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지난 7월 사르코 공개 행사가 열린 뒤 이 제품의 사용·판매가 현행법에 어긋난다는 해석을 내렸다. 사르코가 안전 관련 법률 요건을 충족하지 않았고 질소 사용을 규정한 화학물질 관련 법률에도 어긋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