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까지 누적 무역적자 78억달러…14년만에 연간 적자 전망(종합)

by김형욱 기자
2022.06.01 11:53:09

5월에도 17억달러 무역적자…2개월 연속
고유가 속 에너지 수입액 급증세 이어져
올해 158억달러 적자 전망…26년래 최대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액이 올 1~5월 누적 78억달러(약 9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무역적자가 유력하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5월 무역수지는 1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이 615억달러로 21.3% 늘었으나 수입은 32.0% 늘며 이보다 많은 632억달러를 기록했다. 1~5월 누적 무역적자 폭도 78억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12월과 올 1월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4~5월에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고유가 여파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르던 국제유가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그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여파로 5월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보다 84.4% 늘어난 148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입 물량이 늘어난 게 아니라 수입 단가가 급등하며 수치상 액수만 늘어난 것이다. 원유 수입단가는 전년보다 63.0%, 가스와 석탄 수입단가도 각각 369.2%, 281.8% 늘었다.

이 추세라면 연간으로도 14년 만의 적자가 유력하다. 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현 고유가도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30일 올해 무역수지를 158억달러 적자로 전망했다. 국제유가가 올해 내내 100달러대 중반을 유지하리란 전제다. 산업연구원의 전망대로라면 무역적자가 206억달러에 이르던 1996년 이후 26년 만의 최대 폭 무역적자다. 역시 고유가 여파로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2008년의 적자 규모는 133억달러였다.



수출은 호조였다. 1~5월 누적 수출액은 2926억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5월 수출액도 올 3월(638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5월 기준 역대 최대다. 19개월 연속 전년대비 증가이자 15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5월 수출액(116억달러)가 15.0% 늘어난 것을 비롯해 15대 품목 수출액이 모두 늘었다. 지역별로도 우크라 전쟁 영향이 큰 CIS을 뺀 모든 지역의 수출이 늘었다. 4월 코로나 도시봉쇄 영향으로 전년대비 줄었던 대(對)중국 수출액(134억달러)도 1.2% 늘며 플러스로 돌아섰다.

다만, 현 수출 호조 역시 마냥 반기기는 어렵다. 코로나에 따른 각국의 IT기기 등 서비스 대체수요 증가와 함께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원·달러 환율 증가에 따른 수치적 요인이 더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26일 ‘수출 호조의 배경과 함의’ 보고서를 통해 미·중 분쟁과 각국 보호주의 추세 상황은 여전하다며 코로나 일상회복 이후엔 코로나 이전의 장기 저성장 상황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을 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이어나갔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적자 지속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엄중한 상황”며 “정부도 투자 활성화와 규제 개선, 신통상정책 추진을 통해 우리 기업이 활력을 찾고 무역 성장세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항 감만부두 모습.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