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대북 입장차 줄였지만…비핵화 협상 재개 방안 없어"

by김관용 기자
2021.05.22 17:35:10

정성장 세종硏, 한미정상회담 분석
"北 비핵화 협상 테이블 나올 가능성 희박"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2018년 판문점 선언을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기는 했지만 남북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22일 ‘한미정상회담 평가: 북한 비핵화, 대북 억지력 강화, 한미 전략적 협력’ 분석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센터장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한미 간에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북 정책에서 큰 이견이 존재했지만,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와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협의 과정에서 이견이 상당히 좁혀진 것으로 보인다.

사실 바이든 행정부 핵심 관계자들은 애초에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에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한미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북미간 싱가포르 공동성명 원칙 등 기존 합의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밝혀 주목된다.

특히 한미는 정상 공동성명을 통해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 기존의 남북 간, 북미 간 약속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루는 데 필수적이라는 공동의 믿음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성 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을 대북 문제를 담당할 대북특별대표에 임명한다고 발표함으로써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했다. 성 김 대행은 과거 6자회담 과정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역할을 한 인물로, 북한 방문 경험도 많고 북한에 대한 이해도 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까지는 합의하지 못했다. 정 센터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트럼프와는 다른 대북 접근법을 취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분석했다.

또 “6자회담 추진 등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까지는 합의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면서 “북한이 다시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올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북한 입장에선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들이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과거처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북한 체제를 노골적으로 비난하지 않았고, 대북전단 살포 문제 등을 언급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미 정상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협력한다는 데 동의했다”는 정도의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초기의 매우 강경했던 입장에서 벗어나 유연한 입장으로 전환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정 센터장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미사일 지침 종료에 합의함으로써 한국의 미사일 개발 관련 제약이 사라진 것에 대해 북한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따라서 북한이 이번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